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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엄은 계몽 위한 것" "경찰이 시민들 자극"… 尹 측 궤변 모음

입력
2025.01.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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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한 계엄 아냐... 예상보다 빨리 끝난 것"
"부정 선거 증거 많지만 아직 확인된 게 없어"
팩트 확인 차원서 군대 동원?... '아니면 말고'
"국헌문란 계엄은 사법심사 대상" 판례도 무시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불법계엄을 선포해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구속됐다. 윤 대통령은 반성은커녕 탄핵심판 변론에 직접 출석해 적극적으로 스스로를 변호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과 변호인단,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은 납득하기 어려운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이미 구속기소된 군경 지휘부의 국회 증언이나 수사 내용과 배치될뿐더러 논리적으로 앞뒤가 안 맞는 주장도 쏟아냈다. 윤 대통령 등이 공개적으로 내놓은 얘기 가운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 발언들을 정리해봤다.

"계엄은 계몽 위한 것"? 탄핵심판서 '황당 주장'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왼쪽)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 출석해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 대통령은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자신의 탄핵심판 4차 변론기일에서 김 전 장관과 계엄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대면했다. 윤 대통령 측은 "국민들은 이 사건 비상계엄을 '계몽령'이라고 이해하고 있다"면서 "비상계엄은 처음부터 반나절이었고 국민들에게 경각심을 호소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했다.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어리석은 국민들이 계엄을 통해 깨어났다는 취지다. '계몽령'은 일부 극우 인사들이 사용해 논란이 된 말이다.

윤 대통령은 "(계엄이) 빨리 끝날 거라곤 예상했지만 예상보다 좀 더 빨리 끝났다"고도 했다. 실패한 계엄은 아니라는 설명인데, 계엄이 빨리 종료된 점을 강조해 계엄의 위헌성을 축소하려는 시도로 해석됐다. 윤 대통령은 그러면서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를 아주 신속히 한 것도 있고, 저도 계엄 해제 요구 결의가 나오자마자 철수를 지시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저나 장관, 군지휘관도 정치적 소신이 다양하고 반민주적이고 부당한 일을 지시한다고 할 때 따르지 않을 것이란 것도 다 알고 있었다"면서 "병력 이동 지시는 합법적이라 군인이 따랐다"고도 말했다. 병력 이동은 반민주적이지만 자신의 명령은 합법적이었다는 모순된 진술을 한 셈이다.

계엄, 사법적 평가대상 될 수 없다?

탄핵심판 4차 변론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탄 호송차량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탄핵심판 4차 변론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이 탄 호송차량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빠져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비상계엄이 헌법상 대통령에게 부여된 권한이라 법원이 평가할 영역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대통령이 헌법에서 부여한 긴급권 행사의 일환으로 한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수사기관이나 법원의 사법적 평가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은 헌법 이론의 기본"이라고 밝혔다. 김 전 장관도 윤 대통령과 말을 맞춘 듯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기소돼 진행 중인 자신의 재판에서 같은 주장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대법원은 12·12 군사반란 관련 사건에서 윤 대통령 주장이 근거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대법원은 "비상계엄 선포나 확대가 국헌문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행해진 경우에는 법원은 그 자체가 범죄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에 관해 심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군사독재 시절 유신헌법에 따른 긴급조치 위반 재심을 보면 '사법심사 제외 행위는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는 판례도 나와 있다. 대법원은 "고도의 정치성을 띤 국가 행위에 대해 통치행위라는 이유로 법원 스스로 사법심사권 행사를 억제해 심사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으나 지극히 신중하게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부정선거 증거 많다?' 선관위는 "조작 불가능"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연합뉴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과천청사 모습. 연합뉴스

윤 대통령 측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꺼내 들고 비상계엄이 정당하다며 주장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전산 시스템을 부실하게 관리하는 등 선거 결과를 신뢰할 수 없어 계엄을 통한 진상 규명 필요성이 있었다는 취지다. 윤 대통령은 21일 탄핵심판에 출석해 "계엄 선포 전부터 여러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의문이 드는 게 많았다"면서 "2023년 10월 국정원이 선관위 전산장비에 극히 일부 점검을 한 결과 문제가 많아 선관위 전산 시스템을 스크린할 수 있으면 해봐라, 음모론 제기가 아닌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윤 대통령 대리인도 "부정 선거의 증거가 너무나 많지만 아직까지 확인된 게 없다. 그래서 이것을 공식적으로 '부정 선거가 많다' 이렇게 얘기할 수가 없다"고 했다. 윤 대통령과 대리인의 얘기를 종합하면, 확실한 근거도 없이 '아니면 말고' 생각으로 선관위를 장악하려 했다는 것이다. 더구나 수사나 외부 점검 같은 합법적 수단이 아니라 군인들을 동원한 불법 계엄을 통해서 말이다.

선관위는 그러나 모든 의혹에 적극 반박했다. 선관위는 '국정원 점검 이후 서버 제출 등 요청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윤 대통령 측 주장에 대해 "2023년 보안컨설팅 종료 후 발견된 취약점 대부분을 22대 국회의원 선거 실시 전에 개선했고 국정원이 두 차례에 걸쳐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후 외부 기관에서 서버 제출을 요청받은 적이 없었다고 덧붙였다.

중국·북한 등 해커들이 내부 선거망에 접속해 투·개표 데이터를 조작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우리나라의 투·개표는 '실물 투표'와 '공개 수작업 개표' 방식으로 진행되고 정보시스템 및 기계장치는 이를 보조하는 수단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현실적으로 조작은 불가능하다는 취지다. 대법원도 여러 차례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 사법적 판단을 내려 "문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서울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엔 "경찰이 시민 자극"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청사 관계자들이 파손된 시설물과 물품 등을 치운 뒤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구속되자 일부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 내부로 난입해 불법폭력사태를 일으킨 19일 오후 서울서부지법에서 청사 관계자들이 파손된 시설물과 물품 등을 치운 뒤 복구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되자 일부 극렬 지지자들은 19일 오전 2시 50분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폭력 사태를 일으켰다. 법원 청사가 폭도들에 장악되는 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한 셈이다. 법원행정처 추산 피해 규모만 6억~7억 원에 달한다. 이들은 법원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집기와 시설물을 마구 부수고 영장 발부 판사를 찾아다닌다며 청사를 돌아다녔다.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그러나 폭도들보다 경찰에 책임을 돌리는 듯한 입장문을 냈다. "경찰이 평화 시위를 하는 시민들을 자극하고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있다는 고발이 이어지고 있다"고 한 것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경찰은 집회 때 진압복(신체 보호복)과 헬멧을 쓴 모습에 부정적 여론이 생기자 이를 의식해 제대로 된 보호장비도 없이 몸과 방패로만 버텼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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