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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버드의 남극 지도

입력
2025.01.22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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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 남극 지도- 1

과학적 관측을 통해 인류 최초로 남극 대륙을 지도화한 미국인 탐험가 리처드 버드. encyclopediavirginia.org

과학적 관측을 통해 인류 최초로 남극 대륙을 지도화한 미국인 탐험가 리처드 버드. encyclopediavirginia.org

북극권이 일찌감치 문명의 관심권에 든 까닭은 당연히 거기 긴 세월 동안 사람이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북극권에는 적잖은 야생동물, 즉 사냥감이 존재했다. 16세기 대양 항해를 시작한 유럽인들은 유럽과 캐세이(Cathay·중국)를 잇는 우회 항로를 찾아 북극해를 항해했고, 일찌감치 정교한 지도가 만들어졌다.
남극은 달랐다. 짧은 여름 한철을 제외하면 식생도 야생동물도 거의 없고, 알려진 바 물개나 펭귄 등은 맛이 없어서 사냥감으론 매력적이지 않았다. 정착민도 없었고, 맛없는 고기를 얻고자 험한 바다를 항해한 이들도 없었다.

남극 대륙은 18세기 모피 상인들이 물개와 바다표범 가죽에 군침을 흘리면서 문명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그들은 국제사회가 바다표범 사냥 규제에 나선 19세기까지 그 대륙의 해안을 누볐고 이후 약 1세기 동안 포경업자들이 뒤를 이었다. 그와 함께 19세기의 뒤르빌과 윌크스, 20세기의 아문센과 스콧 등의 얼음 대륙 탐험이 이어졌고, 해안선이 아니라 대륙 자체를 지도화하려는 시도도 그렇게 시작됐다.
미국인 탐험가 찰스 윌크스는 1838~42년 남극 바다 아래에 대륙 규모의 육지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탐험을 통해 확인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상상했던 ‘미지의 남쪽 땅(Terra Australis Incognita)’ 즉 지구 균형이 맞으려면 남반구에도 거대한 땅덩어리가 존재하리라던 가설이 주목을 끌었다.
1928년 호주 탐험가 휴버트 윌킨스가 남극 대륙을 최초로 비행한 이듬해 미국 해군 장교 출신 탐험가 리처드 버드(Richard Byrd, 1888~1957)가 포드사의 후원을 받아 당시 기준 첨단 카메라 등 항공 측량 장비를 갖추고 남극 대륙을 지리적으로 탐사했고, 1930년 1월 22일 최초의 남극 지도를 인류에 펼쳐 보였다. 그는 1946년 미국 정부가 항공모함과 쇄빙선, 잠수함까지 동원한 남극 탐사 작전(High Jump Operation)의 원정대 총사령관을 맡기도 했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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