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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훈의 '국민 저항권'?… 헌법학자 6인 "발동 요건도 안 돼"

입력
2025.01.21 04:3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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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저항권' 내세워 법원 난입 정당화 주장
法 기능 못할 때 최후의 수단 자연법상 개념
"현재 상황… 저항권 충족 요건 갖추지 못해"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한 가운데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박시몬 기자

19일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소식에 격분한 윤 대통령 지지자들이 난입한 가운데 서부지법 현판이 파손돼 있다. 박시몬 기자

요즘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 많이 등장하는 말이 '국민 저항권'이다. 지난 19일 새벽 헌정 사상 초유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때도 이들은 국민 저항권을 내세워 폭력 행위를 정당화했다. 당일 오후엔 서부지법에서 헌법재판소까지 '대국민저항권 선포' 행진을 이어갔다. 강성 우파의 대표 인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도 같은 날 "헌법 위에 저항권이 있다"고 발언했다.

선출직 대통령을 불법으로 체포·구속했으니 헌법 수호를 위해 저항권을 발동할 수 있다는 이들의 주장은 근거가 있는 걸까. 대다수 헌법 전문가들은 개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행태라고 일축했다.

20일 한국일보 취재에 따르면 저항권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있을 때 무력으로 저항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저항권은 우리나라 헌법과 법률에 명시되어 있진 않다. 다만 법이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최후의 수단으로 쓰이는 자연법상 개념으로 인정된다는 게 통설이다. 헌법재판소는 1997년 현대정공 노조의 파업권에 관한 위헌제청을 각하하며 저항권을 ①국가권력에 의해 헌법의 기본 원리에 중대한 침해가 발생하고 ②합법적인 구제 수단으로 (헌법 수호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을 때 행사하는 권리라고 규정했다. 이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할 때 저항권 행사가 인정된다는 뜻이다.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락tv 캡처.

19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 지지자들이 서울서부지법에 난입해 경찰과 몸싸움을 벌이고 있다. 유튜브 락tv 캡처.

한국일보 인터뷰에 응한 6명의 헌법학자 모두 현재 상황은 '저항권 발동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 구속영장 발부에 대해 "피의자인 윤 대통령 측에 충분한 변론 기회를 부여한 뒤 공식적인 법원 판단을 거친 적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실제 윤 대통령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변론 기회를 가졌다. 서부지법을 통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체포영장 발부 역시 중앙지법이 효력을 인정하며 일단락됐다. 헌법의 기본 원리에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고 윤 대통령 측은 사용할 수 있는 합법적인 구제 수단을 모두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헌법학자들은 서부지법 난입·폭력 사태야말로 헌법 질서를 위협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는 "적법 절차에 물리력을 행사하는 것이 법치주의 훼손"이라고 질타했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역시 "재판 결과를 비판하는 건 가능하지만 폭력 행위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했다. 명분 없는 계엄 선포가 지속됐다면 오히려 저항권 발동 요건을 충족했을 거란 의견도 나왔다. 전상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계엄을 막지 못해 국회가 마비되고, 출판 및 표현의 자유가 금지됐다면 저항권 행사가 가능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부 극렬 지지자들의 폭력 행위 처벌에만 초점을 둘 게 아니라 이번 일이 일어나게 된 원인을 짚어봐야 한다는 조언이 이어졌다. 서보학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정치권이 양극화와 폭력을 사실상 조장했다"며 "통합에 실패한 정치의 책임이 크다"고 지적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국가의 내부 분열이 심해져 나타난 현상인 만큼 더 큰 갈등을 막기 위해 정치권이 책임지고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지수 기자
김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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