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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서도 증거 무시, 책임회피, 억지 주장만 한 尹

입력
2025.01.22 00:10
27면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탄핵심판 3차 변론에 출석해 피청구인석에서 발언하고 있다. 헌법재판소 제공


12·3 불법 계엄 선포로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이 어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변론에 출석해 계엄 정당성을 강변했다. 비상계엄 선포는 대통령 고유 권한이자 고도의 통치행위로 내란죄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기존 주장을 반복했다. 계엄 관련자들의 국회 증언, 수사기관이 확보한 증거와 상반된 주장을 펴며 책임 회피에 급급한 모습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윤 대통령은 변론에서 검찰이 내란죄 핵심 단서로 보고 있는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넸다는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관련 쪽지와 관련해 "기사를 통해 봤다"고 부인했다. 계엄군에게 국회 안에 있는 의원들을 끌어내라는 지시를 하지 않았고, 계엄 포고령을 집행할 의사나 실행할 계획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윤 대통령 변호인단이 계엄 선포 주요 배경으로 주장해온 부정선거 의혹에 대해선 "선거 공정성에 대한 신뢰에 많은 의문이 있었다"며 "음모론을 제기하는 게 아니라 팩트를 확인하자는 차원이었다"고 답했다.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국회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면 부인한 것이다.

탄핵심판에 넘겨진 역대 대통령 중 헌재 변론에 직접 나선 것은 윤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제껏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수사에 불응하던 것과 달리 헌재 변론에 출석한 배경은 짐작할 수 있다. 공수처의 강제수사를 피할 명분을 마련하고 서부지법 난입 폭력 사태로 위축된 지지층을 결집시키겠다는 전략으로 읽힌다. 윤 대통령 본인도 국회의 탄핵소추가 기각돼 대통령직에 복귀해야 형사재판 대응에 유리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증거와 증언에 따라 계엄 선포의 위헌·위법성에 대한 사회·정치적 평가는 끝난 것과 다름없다. 이런 상황에서 구체적 반증 없이 계엄 정당성만 강변한다면 헌재 탄핵심판에서 역효과를 낳게 될 것이다. 헌정질서 파괴도 모자라 "끝까지 함께 싸우겠다"는 선동성 발언으로 법치주의 최후의 보루인 사법부마저 위협받게 만든 장본인으로서 무책임한 태도이다. 윤 대통령 주장대로 계엄 선포가 정당하다면 공수처 수사에도 당당히 응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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