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21일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가능성을 처음으로 언급했다. 정치권과 한국은행의 추경 편성 요구를 일축하며 예산 조기 집행만 강조해 온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셈이다.
그간 조기 추경 편성 요구가 적지 않았다. 12·3 비상계엄 이후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다만 조기 대선 가능성 등 향후 정치 일정을 감안할 때 추경이 차기 정부의 국정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전날 정치 불확실성과 경제 심리 위축으로 지난해 4분기와 올해 국내총생산(GDP)이 6조3,010억 원 감소할 것이란 분석을 내놓으면서 추경론에 힘이 실리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장하는 추경 핵심이 지역화폐라 여야 입장은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민주당이 당론 추진을 천명하자, 국민의힘은 ‘이재명표 예산’만큼은 절대 안 된다고 선을 그었다. 여당은 민주당이 13조 원을 들여 전 국민에게 25만 원씩 민생회복지원금을 지급하려는 건 조기 대선을 겨냥한 ‘매표 행위’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부산시의회 분석에 따르면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의 경우 투입 예산 대비 소득 창출 효과가 2.56배로 다른 소비 진작책 못지않게 효율적이기는 하다. 그러니 덮어놓고 반대만 할 게 아니라면 여당도 대안을 갖고 야당과 협의에 나서는 게 바람직하다. 더욱이 야당은 법안을 재발의하면서 정부의 감액 권한을 부여해 조정이 가능하도록 했다.
물론 지역화폐는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장기적인 긍정 효과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전문가 평가가 있는 만큼 지역화폐에만 매몰될 이유도 없다. 더욱이 경제통인 민주당 소속 김동연 경기지사는 50조 원 규모 ‘슈퍼 추경’을 주장하면서도 “취약계층에 더 두텁고 촘촘하게 지급해야 민생 안정과 경기 활성화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며 선별 지원을 주장하는 마당이다.
국가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여러 입장이 각자 타당성을 갖는 만큼 여야가 합리적 수준에서 추경의 절충점을 찾기 바란다. 더욱이 국가 경제 측면에서 단기 부양책에만 매몰될 수 없는 만큼 반도체특별법 등 ‘미래 먹거리 4법’까지 논의 테이블에 올려놓기 위해선 여야정 국정협의회의 조속한 내실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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