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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보통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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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아보하’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줄인 말이다. 뿌리는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가 2021년 쓴 책 ‘아주 보통의 행복’에서 왔다. 아보행을 아보하로 바꾼 것이다. 최 교수는 책에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나 드라마 같은 행복을 바라지만 그런 건 없다고 일갈했다. 진정한 행복은 특별하고 예외적인 게 아니라 너무도 평범한 일상에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행복을 과시하고 자랑하는 것도 누군가에겐 박탈감과 불편함을 줄 수 있다. 그보다는 ‘아주 보통의 행복’을 추구하고 흡족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 ‘즉문즉설’ 강연으로 유명한 법륜 스님도 건강은 아프지 않은 것이듯 행복은 괴롭지 않은 것이라고 설파한다. 괴롭지만 않으면 누구나 행복한 것인데 사람들은 특별하고 즐거운 것만 행복이라고 생각하는 탓에 괴로운 것이라고 지적한다. 큰 사고가 없어 무탈한 ‘아주 보통의 하루’면 충분히 행복해질 수 있다는 얘기다.
□ 30여 년 전 버스나 택시를 타면 운전석 옆엔 늘 ‘오늘도 무사히’란 그림이 걸려 있었다. 하얀 옷을 입은 아이가 무릎을 꿇고 두 손 모아 간절히 기도하는 모습을 담은 영국 화가 조슈아 레이놀즈 작품이 원조다. 워낙 교통사고가 많던 시절이라 무사고를 기원하는 뜻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그 때와 크게 달라지진 않은 듯하다. 단지 운이 좋아 살아 있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 때가 많다.
□ 어수선한 일들이 잇따르며 ‘아보하’에 감사하게 된다. 평범한 일상이라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도 새삼 깨닫는다. 사실 '아보하'는 언제든 아주 특별한 하루로 바뀔 수도 있다. 최 교수에 따르면 통상 사람들은 기념일이 돼야 의무감에 선물을 하는데 행복 고수들은 기념일도 아닌 ‘아보하’에 그냥 깜짝 선물을 하곤 한단다. 그럼 뜻밖에 선물을 받은 이는 더 고마워할 수밖에 없다. 상대방이 기뻐하면 보는 이도 행복하기 마련이다. 설 명절엔 ‘아보하’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그냥 누군가에게 작은 선물을 해 보면 어떨까. 행복 천재들의 영업 비밀을 훔진다고 죄가 되진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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