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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 강조한 이재명, 말 아닌 행동으로 보여야

입력
2025.01.24 00:10
27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3일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어제 신년기자회견에서 “이념·탈진영의 현실적 실용주의가 위기 극복과 성장 발전의 동력”이라며 ‘회복과 성장’을 “이 시대의 가장 다급하고 중대한 과제”로 제시했다. 이 대표는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해, 다시 성장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배 중시의 ‘기본 사회론’에서 성장을 앞세우는 ‘공정 성장론’으로 정치 비전을 바꾸겠다는 선언으로 조기 대선 행보에 나선 셈이다.

이 대표의 노선 전환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이 답보에 빠진 것과 무관치 않다. 12·3 비상계엄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이 여당에 뒤지고, 이 대표 지지율은 박스권에 갇혔다. 당내에서는 ‘이재명 일극 체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경고등이 차례로 켜지자 중도 외연 확장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중점 과제 대부분을 ‘성장’으로 채웠다. 기업이 앞장서고 국가가 뒷받침하는 시대로의 전환, 자본시장 선진화로 경제 체질 강화, 인공지능(AI)·로봇·바이오·신약·재생에너지 분야 미래 투자로 신성장 동력 창출 등을 제시했다. 국내외에서 우리 경제가 정점을 찍고 장기 불황의 내리막에 들어섰다는 ‘피크 코리아’ 우려가 커진 상황에서 이 대표의 노선 전환은 바람직하다. 제시한 중점 과제가 1%대로 주저앉은 잠재성장률을 끌어 올리는 방편이 될 수 있다는 데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비전을 실천할 진정성과 능력이 있는지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권 출범 이후 압도적 다수 의석을 차지한 원내 1당이었지만, 그간 민생·경제와 관련해 어떤 성과를 일궈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국정의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윤 대통령과 집권 여당의 실정과 비견할 순 없으나 다수당으로서 정치력 부재 비판에서 비켜가기 어렵다. 이 대표는 '흑묘백묘'를 거론하며 실용주의를 내세우고 있지만, 듣기 좋은 말에 그치지 않고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이처럼 조기 대선 모드를 가동한 와중에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항소심과 관련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검토한다고 한다. 온갖 꼼수로 내란 수사를 피하려 한 윤 대통령과 다르다 할 수 있겠는가. 그간 거듭해온 재판 지연 행위가 반복될 경우 국민은 이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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