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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아찔한 항공 사고, 불안해서 비행기 탈 수 있겠나

입력
2025.01.31 00:10
27면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뉴스1

(부산=뉴스1) 윤일지 기자=30일 부산 강서구 김해국제공항 내 에어부산 항공기 화재 현장에서 국토부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 관계자들이 합동 감식에 앞서 안정성 확보를 위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뉴스1


무안 제주항공 참사 한달 만인 28일 부산 김해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로 국민들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탑승자 전원이 비상 탈출해 다행히 큰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이륙 후 불이 났다면 또 한 번 대형 참사로 이어질 뻔했다. 이래서야 불안해서 비행기를 탈 수 있겠나 싶다.

28일 오후 10시 15분께 김해공항에서 승객과 승무원 176명을 태우고 이륙을 준비하던 홍콩행 에어부산 여객기 내부 꼬리 쪽에서 불이 났다. 기내에 불꽃이 튀고 연기가 퍼지자 승객과 승무원이 비상구 문을 열고 비상용 슬라이드를 이용해 모두 탈출했다. 대피 과정에서 7명가량 경상자만 나왔다.

정확한 원인은 밝혀진 게 없지만, 기내 뒤쪽 선반 위 짐에서 타닥타닥 소리 후 연기가 났다는 탑승객 증언으로 미뤄 기내 반입된 휴대용 보조배터리에서 불이 났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에어부산 여객기에서는 지난달에도 휴대전화 보조배터리에서 연기가 나 대체기를 투입하는 일이 있었고, 작년 4월 아시아나항공 여객기에서는 운항 중 아찔한 보조배터리 화재가 있었다.

항공 위험물 운송기준에 따르면 보조배터리는 위탁수하물로는 부칠 수 없지만 리튬 함량과 용량이 적은 경우 기내 반입이 허용된다. 대규모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 상황이 지금처럼 되풀이된다면 승객 불편을 감내하더라도 기내 반입 수하물 규정을 강화하는 게 마땅하다.

긴박한 상황에서 아무런 안내 방송이 없었고 심지어 승무원들이 가만히 앉아 있으라 했다는 일부 승객의 증언도 나온다. 침몰하는 선내에서 수차례 “가만히 있으라”는 방송을 내보냈던 세월호의 교훈을 겪고도 그랬던 게 사실이라면 문제가 심각하다. 무턱댄 비방은 자제해야겠지만 승무원 대응의 적절성은 면밀히 짚어봐야 한다.

제주항공 참사도 콘크리트 둔덕, 조류 충돌 예방 미비, 무리한 운항에 따른 정비시간 부족 등의 복합적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사고 다음 날 동일 기종 여객기가 랜딩기어 이상으로 회항하는 사고도 있었다. 단편적인 화재 원인 규명으로는 부족하다.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 점검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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