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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세 아버지에게 여자가 있다?… 네 자매는 회의를 하지만

입력
2025.02.08 14:30
15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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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드라마 '아수라처럼'

편집자주

※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네 자매는 성격도 가치관도 제각각이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고 하나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간다. 넷플릭스 제공

네 자매는 성격도 가치관도 제각각이다. 같은 부모 아래에서 자랐다고 하나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삶을 꾸려간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7부작 | 15세 이상

다키코(아오이 유우)는 어느 날 아버지의 수상스러운 모습을 본다. 탐정을 고용해 아버지 뒤를 쫓고 ‘물증’을 확보한다. 70세인 아버지 쓰네타로(구니무라 준)에게는 여자와 아이가 있다. 다키코는 분노해 언니 둘과 여동생을 비상소집한다. 아버지의 불륜을 어떻게 해결할지 방법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①한 나무에서 나온 각기 다른 가지

70세 쓰네타로는 아내가 사경을 헤맬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잘못을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70세 쓰네타로는 아내가 사경을 헤맬 때가 되어서야 자신의 잘못을 돌아본다. 넷플릭스 제공

다키코는 고지식하다. 아버지의 부정에 화가 치솟는다. 하지만 언니들과 여동생의 반응은 다르다. 자유분방한 첫째 쓰나코(미야자와 리에)는 웃음으로 넘기려 하고, 신중한 둘째 마키코(오노 마치코)는 사실을 차분하게 받아들인다. 철없는 막내 사키코(히로세 스즈)는 아버지가 멋있다고 말한다. 셋째 다키코는 언니들과 동생의 반응이 영 마뜩잖다.

아버지만 비밀이 있는 건 아니다. 어머니 후지(마쓰자카 게이코) 역시 뭔가를 감추고 있다. 쓰나코는 어떤가. 남편과 사별한 그는 유부남 고객과 정분이 났다. 마키코는 화목한 가정을 꾸리고 사는 듯하나 말 못 할 비밀이 있다. 사키코는 무명 권투선수와 가족 몰래 동거 중이다. 다키코만 ‘평화로운 삶’을 살아가는 듯하나 그는 연애 한번 못 해봤다. 네 자매는 가족이라는 한 나무에서 뻗어 나온 가지이나 각기 다른 성격과 사정으로 살아가는 셈이다.


②가족은 다르면서 서로를 위한 존재

둘째 마키코는 완벽한 가족을 이룬 듯하나 속내는 다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기감이 집 안을 감돈다. 넷플릭스 제공

둘째 마키코는 완벽한 가족을 이룬 듯하나 속내는 다르다. 언제 무너질지 모를 위기감이 집 안을 감돈다. 넷플릭스 제공

아버지 불륜만이 이야기 불씨가 아니다. 네 자매의 애타는 사연이 교차한다. 자매들이 서로 말싸움하다가도 웃거나 서로 등을 지고 살다가도 어느 순간 손을 내민다. 성인들답게 ‘어른들 문제’가 그들을 괴롭히지만 일상은 대체로 평화롭고 제법 행복하다. 휴화산 같은 각자의 문제가 폭발하지 않는 한 말이다.

일본 영화 대가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이번에도 가족을 화면 중심에 놓는다. 피가 섞였든 섞이지 않았든 가족은 늘 골치거리이면서도 종국엔 위안을 주는 존재라고 그는 여전히 설파한다. 보여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걸 보여주는 연출이 마음을 흔든다.


③우리가 잘 모르는 일본인 이야기

가족은 종종 상처를 주고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내나 삶을 견뎌내게 하는 도피처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공

가족은 종종 상처를 주고 곤란한 상황을 만들어내나 삶을 견뎌내게 하는 도피처이기도 하다. 넷플릭스 제공

1979~80년 일본 도쿄가 배경이다. 전쟁의 그늘을 온전히 벗어나 버블경제로 향해가던 일본 사회의 여유와 풍요가 화면에 스며있다. 사람들은 스포츠카를 보유하고 있고, 쉬는 시간에 골프채를 닦는다. 스키야키 등 일본 음식을 먹으며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가족의 모습이 안온하다.

아무리 20세기 일본이 배경이라고 하나 한국 시청자들이라면 정서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장면들이 여럿 있다. 여자들은 남자의 배신을 알면서 입 밖에 잘 내지 않거나 남자를 용서한다. 연적에게 이기기 위해서는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는 논리에서다. 혼내(속마음)와 다테마에(겉마음)의 차이가 어떤 건지 새삼 가늠할 수 있기도 하다.

뷰+포인트

1979~80년 일본 공영 NHK에서 방송됐던 동명 드라마를 새롭게 만들었다. 일본 유명 감독 모리타 요시미쓰(1950~2011)에 의해 같은 제목의 영화(2003)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분라쿠(일본 전통 인형극)와 노가쿠(일본 전통 연극) 등이 등장하는 등 일본 색채 짙은 장면이 많다. 고레에다 감독은 드라마 ‘마이코네 행복한 밥상’(2022)에 이어 일본 문화와 일본인의 정체성을 파고든다. 불륜과 뒷조사 등 어두운 소재를 다루나 종종 웃긴다. 네 자매의 특별한 우애를 그린 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의 성인판이라고 할까.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라제기 영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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