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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사랑’이라 더 애절하다?… 엇갈린 청춘의 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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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20대 남녀의 사랑은 뜨겁다. 가난마저 이들을 막지 못할 것처럼 보인다. 과연 그럴까.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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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녀가 우연히 만난다. 알고 보니 고향이 같다. 동갑으로 바로 친구가 된다. 특별한 우정을 나누면서도 서로를 힐끔힐끔 바라본다. 눈치 못 채게 짝사랑들을 한다. 친구끼리 사랑이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건 금기인 것처럼. 서로에게 조금이라도 의연한 척 보이기 위해서인지도 모른다. 시간이 꽤 흐르자 자연스레 사랑에 빠져든다. 이 사랑 오래갈 수 있을까.
팡샤오샤오는 저주처럼 자신을 따라다니는 가난에서 벗어나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넷플릭스 제공
남자 린젠칭(징보란)과 여자 팡샤오샤오(저우동유)는 ‘흙수저’다. 고향을 떠나 베이징에서 꿈을 먹고 산다. 굳이 따지자면 린젠칭의 형편이 좀 낫다. 대학 졸업장이 있고, 고향에서는 아버지가 허름한 식당을 한다. 팡샤오샤오는 고교 졸업 후 생업에 뛰어들었고 혼자나 다름없다.
지방 출신 가난한 청춘들에게 베이징살이는 만만치 않다. 린젠칭은 정보통신업계 거물이 돼 큰 부를 일구겠다는 야심을 품고 있으나 현실은 컴퓨터 관련 제품 판매다. 그 자리마저 지키지 못한다. 결국 거리에서 소프트웨어 불법 복제품을 팔거나 야한 동영상을 판다. 팡샤오샤오는 돈도 이력도 학력도 없으니 남자에게서 미래를 찾는다. 조건 좋은 이성을 만나 결혼을 하고 싶으나 매번 사랑은 무산된다.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가난을 안주 삼아 술을 마시고, 빈곤을 반찬 삼아 밥을 먹는다. 어쩌면 그들 삶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였을지 모른다. 넷플릭스 제공
가난이 두 사람을 옥죄지만 어쩌면 빈곤이 두 사람을 이어준 건지 모른다. 가난하기에 서로 의지할 곳을 찾다가 감춰둔 연정이 있던 상대에게 옆자리를 내줬으리라. 하지만 린젠칭과 팡샤오샤오는 결국 이별을 한다. 지긋지긋한 가난이 서로를 향한 열정을 식힌다.
영화는 헤어진 두 사람이 춘절(설)을 앞두고 공항에서 우연히 만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춘절을 보내기 위해 고향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10년 전 처음 만난 것처럼 말이다. 이제는 하나가 될 수 없는 둘의 회한 어린 회고가 화면 대부분을 차지한다.
두 사람은 가난했기에 더 서로를 원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가난은 결국 이별의 씨앗이 된다. 넷플릭스 제공
두 사람의 현재는 흑백으로 묘사된다. 과거는 컬러로 표현된다. 과거는 흑백으로 현재는 컬러로 그려내는, 보편적인 방식을 피했다. 린젠칭과 팡샤오샤오의 인생에서 가장 화려했던 시절은 서로를 사랑했던 때라는 걸 영화는 색감을 통해 강조한다. 가진 것 없고 미래는 암담했던 청춘이 오히려 인생의 화양연화였음을 두 사람은 나이가 들고서야 깨닫는다.
2000년대 중국이라는 때와 장소를 바꾸면 세계 어디에서든 변주될 수 있는 이야기다. 한국에도 일본에도 미국에도 영국에도 가난이라는 현실에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누군가를 사랑하는 청춘들은 허다할 테니까. 어느 시절이든 세상은 대다수 젊은이들에게 그리 호의적이지 않을 테니까. 청춘을 돌아볼 나이가 된 이든 뜨겁게 20대를 돌파하고 있는 이든 모두 마음에 파장이 오래 남을 영화다.
2018년 공개됐던, 제법 오래된 영화다. 연애 후일담이 흔하디 흔하지만 여전히 매력적인 영화 소재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국에서 배우 구교환과 문가영 주연으로 새롭게 만들어지고 있다. ‘82년생 김지영’(2019)으로 관객 367만 명을 모은 김도영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원작 영화는 대만 감독 류뤄잉이 메가폰을 잡았다. 김 감독과 류뤄잉 감독은 여성이라는 점과 배우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류뤄잉은 가수로 더 유명하다). 영화는 류뤄잉의 단편소설 ‘춘절, 귀가’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100%, 시청자 90%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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