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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에는 낭만도 동정도 정의도 없었다… 날것 그대로의 미국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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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고 넘치는 OTT 콘텐츠 무엇을 봐야 할까요. 무얼 볼까 고르다가 시간만 허비한다는 '넷플릭스 증후군'이라는 말까지 생긴 시대입니다. 라제기 한국일보 영화전문기자가 당신이 주말에 함께 보낼 수 있는 OTT 콘텐츠를 2편씩 매주 토요일 오전 소개합니다.
사라(왼쪽)와 아들 데빈은 어쩔 수 없이 서부를 향하나 그들 주변에는 온통 위험뿐이다. 길에서 만난 아이작만이 이들 편에 서준다.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바로 보기 | 6부작 | 19세 이상
옛날 옛적 미국 서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정의의 사도가 무법자들을 제압하고, 사람들은 황금 채굴로 일확천금의 꿈을 이룰 수 있었을까. 서부 어디선가는 일어났을 법한 일이지만 현실은 성공 신화나 동화 같은 이야기보다 잔혹하기 마련이다. 드라마 ‘사나운 땅의 사람들’은 날것 그대로의 서부 역사로 화면을 채우며 미국 역사에 대한 환상을 깨운다.
19세기 중반 미국 유타준주에서는 살육이 아무렇지 않은 듯 곧잘 벌어진다. 넷플릭스 제공
중년 여성 사라(베티 길핀)는 어린 아들 데빈(프리스톤 모타)을 데리고 서부 유타준주(주 승격 전 유타)를 여행 중이다. 오래전 집을 떠난 남편을 찾아서다. 유약해 보이는 데빈은 다리가 불편하기도 하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철저하게 적용되는 서부에서 사라와 데빈은 좋은 먹잇감에 불과하다.
유타준주는 무법 지대다. 황금을 좇아 온 사람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서성인다. 아메리카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보금자리가 위협받자 긴장한다. 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모르몬교) 신도들은 탄압을 피해 유타준주로 향한다. 종교와 종족과 잇속이 엇갈리며 갈등과 대립을 부른다. 공권력이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곳에서는 피도 눈물도 정의도 낭만도 없다.
모르몬교도는 자신들 집단을 지키기 위해 민병대를 구성해 적이라 여기는 이들을 공격한다. 넷플릭스 제공
드라마는 사라 모자의 힘겨운 여정에 초점을 둔다. 사라는 그저 남편을 찾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행에 나선 건 아니다. 그는 정당방위로 살인을 해 도피 중이고, 목에 막대한 현상금이 걸려있다. 돈에 굶주린 이들로 가득한 서부는 사라에게는 지뢰밭이나 다름없다.
사라 모자의 사연에 모르몬교 유랑민들의 이야기가 포개진다. 터전이 좁아진 원주민의 상황과 반발이 겹치고, 유타준주를 ‘약속의 땅’으로 만들려는 모르몬교 수뇌부의 정략이 더해진다. 곳곳에서 추격전과 살육이 이어진다. 드라마 속 서부에서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시시각각으로 벌어진다.
아메리카 원주민들 사이에서 길러진 아이작은 서부에서 살아가는 법을 터득했다. 그는 '사나운 땅의 사람들' 속에서 가장 인간미 넘치는 인물이다. 넷플릭스 제공
사라는 동정과 예의를 보이다 종종 곤경에 처한다. 그는 조금씩 서부의 법칙에 익숙해져 간다. 실낱같은 인간미가 사라의 언 마음을 녹이기도 한다. 우연히 만난 아이작(테일러 키취)이 유일하게 동정을 발휘한다. 사라 모자가 갖은 역경을 이겨내며 목숨을 유지할 수 있는 건 아이작의 호의 덕분이다.
드라마는 약 140년 전 잔혹한 서부시대를 체감하게 한다.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허울에 종종 가려진 피의 미국 역사를 차갑게 응시한다. 한국 제목은 좀 순화됐다. 원제는 ‘American Primeval’이다. ‘미국의 원시시대’ 정도로 해석된다. 문명이라고는 찾기 힘든 장소와 시기에 그나마 불을 밝힌 건 인간의 온기라고 드라마는 말하려 한다. 야만과 절망의 구렁텅이 속에서 끝내 희망과 사랑이라는 등불은 켜진다.
1857년 모르몬교도들에 의해 자행된 메도우산 학살 사건을 주요 배경으로 하고 있다. 모르몬교의 2대 대관장인 브리검 영(1801~1877)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신자들 입장에서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로 차갑고 매서운 인물로 그려진다. 무법이 판치던 시절 집단을 책임진 지도자라면 냉혹하게 행동할 만도 하다. 모르몬교 측은 드라마 공개 직후 “(역사와 자신들 종교를) 위험스럽게 오도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배틀쉽’(2012)과 ‘스펜서 컨피덴셜’(2020) 등 액션물에서 강점을 보여온 미국 중견 감독 피터 버그가 메가폰을 잡았다.
***로튼 토마토 신선도 지수: 평론가 70%, 시청자 87%
***한국일보 권장 지수: ★★★☆(★ 5개 만점, ☆ 반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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