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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은혁 임명하면 기울어진 헌재?... 노무현·박근혜 때도 영향 없었다

입력
2025.02.02 17:10
수정
2025.02.02 17:41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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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측 "재판관 성향, 재판에 영향" 주장
법조계 "성향이 결과 미치는 정도 미미"
노무현 헌법소원·박근혜 탄핵심판 사건
재판관 성향 관계없이 기각·인용 결정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위헌 여부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전광판에 선고 예정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위헌 여부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 전광판에 선고 예정 안내문이 나오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과 국민의힘 등에서 일부 헌법재판관의 성향을 문제 삼아 헌법재판소 판단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법조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판관들의 법리적 판단은 외면하고 성향만으로 여론을 들쑤셔 법치주의를 흔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윤 대통령 측 변호사들은 전날 "재판관 성향에 의해 심리 속도나 결과가 좌우되고 있다"며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 대한 회피를 촉구했다. △주 2회 신속 심리 △기일 일괄 지정 △재판관 기피 신청에 대한 기각 결정이 모두 재판관 성향 탓이라는 것이다. 이들이 문제 삼은 재판관 성향은 "내가 제일 왼쪽"이라던 문 권한대행의 15년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나 이미선 재판관 친동생의 윤 대통령 퇴진 운동 이력 등에서 비롯됐다.

3일 예정된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사건 선고에 대해서도 "(헌재가) 현재의 재판관 구성으로는 대통령 탄핵 인용이 어렵다고 판단되자 우리법연구회 출신을 추가하려 한다"고 강변했다. 마 후보자가 재판관에 임명되면, 법원 내 진보성향 단체로 꼽히는 '우리법연구회' 출신 재판관들이 기존 3명(문 권한대행, 정계선·이미선 재판관)에서 4명으로 늘어나 탄핵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본 것이다. 탄핵 인용은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을 필요로 한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위헌 여부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 임명 보류 위헌 여부 선고를 하루 앞둔 2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경찰이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선 그러나 대통령과 국회, 대법원장이 각각 3명씩을 지명하는 재판관 임명 구조상 지명 주체에 따른 편향성이 불거질 순 있지만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고 본다. 2008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중앙선거관리위원회를 상대로 낸 헌법소원 사건이 대표적이다. 노 전 대통령은 2007년 야당과 야당 대선 후보들을 비난하는 취지로 발언했다가 선관위로부터 수차례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을 받게 되자, 정치적 표현의 자유가 제한됐다며 현직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헌법소원을 냈다. 당시 재판관 9명 모두가 노 전 대통령 임명으로 재판관이 됐고, 주심은 노 전 대통령 지명으로 재판관이 된 송두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이었다. 노 전 대통령에게 유리한 재판이 나올 것으로도 예상됐지만 결과는 '기각'이었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때도 재판관 8명의 성향이 보수 6명, 진보 2명으로 분류됐지만, 만장일치로 '인용' 결정이 나왔다.

김종대 전 헌법재판관은 "재판관 구성에 입법, 사법, 행정부가 모두 참여한다는 건 이쪽저쪽 의견을 모두 고려해 정하라는 취지"라며 "실제로 헌재 평의에서 치열하게 의견을 나누다보면 처음과 의견이 달라지는 경우가 정말 많다"고 전했다. 전학선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관도 사람인 이상 개인적 성향이 미치는 영향이 전혀 없지는 않겠지만 1~2%에 그칠 것"이라며 "정치적 비난보다는 법적 논리와 근거를 갖고 다퉈야 한다"고 말했다.

재판관 성향을 재단해 부각시키는 것이 사법 불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현직법관은 "재판부의 모든 결정을 성향 탓으로 돌리고, 이 때문에 불공정하다고 주장하면 어떤 결과도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며 "서울서부지법 난동 사태는 예고에 불과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김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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