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마수 못 뻗치게"… 그린란드, 외국 기부금 금지법 추진

트럼프, 연일 그린란드 점령 '야욕'
그린란드, '미국 영향력 차단' 부심
의회 4일 법안 심사… 통과 가능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본뜬 조각 뒤로 그린란드 지도가 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덴마크령 그린란드가 자국 정당들이 외국으로부터 정치 자금을 받지 못하도록 일명 '외국 기부금 수령 금지법' 제정을 추진한다. '그린란드를 매입하겠다'며 영토 팽창 야욕을 드러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정치권에 금전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그린란드는 올해 4월 총선을 앞두고 있다.

3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날 그린란드 정부가 공개한 법안에는 지역 및 청소년 부문을 포함한 정당들이 △그린란드 외부에 거주하거나 거주지를 둔 외국인 또는 △익명의 기부자로부터 기부금을 받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개인 기부금 총액이 20만 덴마크 크로네(약 4,037만 원)를 초과하거나 △한 번에 2만 크로네(약 404만 원) 이상을 받아서도 안 된다.

그린란드 정부가 입법에 나선 것은 올해 4월 6일 이전에 총선을 치러야 하는 그린란드 정치권이 트럼프 행정부의 자금력에 휘둘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법안은 "그린란드에 대한 지정학적 이익, 동맹인 초강대국 대표들이 그린란드를 확보하고 통제하는 데 관심을 표명한 현 상황이 고려돼야 한다"며 "그린란드의 정치적 무결성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고 명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장남 도널드 트럼프 주니어(왼쪽에서 두 번째)가 지난달 7일 트럼프 대통령 전용기를 이용해 그린란드 누크에 도착해 미소를 짓고 있다. 누크=AP 뉴시스

덴마크와 그린란드가 "그린란드는 매물이 아니다"라며 거듭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를 손에 넣기 위해 관세는 물론 군사력까지 동원할 수 있다고 연일 으름장을 놓고 있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은 지난달 30일 팟캐스트 '메긴 켈리 쇼'에 출연해 "그것(그린란드를 소유하겠다는 발언)은 농담이 아니며 트럼프 대통령의 우선순위"라고 확인했다. "땅을 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우리의 국가적 이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도 주장했다.

그린란드 정부가 제출한 법안은 4일 의회에서 검토될 예정이다. 무테 에게데 총리가 이끄는 '이누이트 아타카티기이트'당과 이들에 협력하는 '시우무트'당이 전체 31석 중 22석으로 과반을 차지하고 있어 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가결 즉시 발효될 수도 있다. 덴마크 일간 벨링스케는 지난달 28일 "그린란드 주민 85%가 미국 편입에 반대한다"고 답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하기도 했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bshin@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