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미국 원조 동결에 동남아 개도국 패닉… 지뢰 제거·독재 저항 '올스톱'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세계 최대 해외원조국 미국의 원조 자금 동결 불똥이 동남아시아에까지 튀었다. 지뢰 제거와 교육·보건 사업 등 개발도상국에서 이뤄지던 구호 활동이 줄줄이 멈춰 선 것이다. 미국이 발을 뺀 사이 동남아 내 중국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4일 크메르타임스 등 동남아 언론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취임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국외 개발 원조 일시 중지’ 행정명령을 내린 뒤 미국 원조에 의존하던 각종 사업에 제동이 걸렸다. 대표적 분야는 지뢰 제거다. 미국은 1993년 이후 125개국의 재래식 무기 파괴 사업에 50억9,000만 달러(약 7조5,000억 원)를 지원했다. 동남아에선 전쟁과 내전을 겪은 베트남과 캄보디아, 라오스가 대상이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은 공산군 기지 공격을 위해 인근 캄보디아와 라오스에 폭탄을 집중 투하했다. 1965~1973년 미군이 캄보디아에 퍼부은 폭탄은 23만여 발에 달한다. 캄보디아의 경우 1998년까지 30년간 이어진 내전 중 수많은 지뢰가 매설됐다.
불발탄과 지뢰는 60여 년이 흐른 지금까지 남아 수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이에 캄보디아 정부는 미국의 도움으로 제거 작업을 진행해 왔다. 그러나 지난달 출범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원조 중단 선언으로 상당수 작업이 중단됐다.
리 투치 캄보디아 선임 장관은 “미국은 캄보디아 지뢰 제거에 연간 약 1,000만 달러(약 146억 원)를 제공하는 핵심 파트너로, 이를 통해 1,000명 이상이 지뢰 제거 작업에 배치됐다”며 “미국의 지원 중단으로 93개 작업 팀이 악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보건·건강·교육·환경 분야 구호 현장에도 충격파가 미쳤다. 태국과 미얀마 국경 지대에선 쿠데타 군부 폭압을 피해 고향을 떠난 미얀마 난민 10만여 명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던 진료소가 비용을 이유로 문을 닫았고 의료진도 철수했다.
라오스와 미얀마에서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원조로 운영되던 △산모·영아 지원 △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HIV)·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프로그램이 직접적 타격을 입게 됐다. 가까스로 개선된 동남아 에이즈 상황이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은 캄보디아에서 군부 독재에 저항하는 독립 언론을 지원해 왔는데, 이 역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남아시아 방글라데시에선 질병연구센터 직원 1,000명이 하루아침에 일자리를 잃었다.
영국 가디언은 “USAID는 그간 캄보디아 미얀마 필리핀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에 결핵 예방 프로그램, 부패 방지와 기후변화 대응, 아동 보호·교육, 인신매매 방지 자금을 지원했다”며 “미국의 원조 철회가 아시아의 빈곤국에 가장 큰 타격을 입힐 것”이라고 짚었다.
‘차이나머니’를 앞세운 중국의 영향력 증대 가능성도 작지 않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미국의 자금 지원 중단이 다른 외국의 개입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위태로운 상황이 장기화할 공산도 크다. 미국 국무부는 해외 원조 프로그램이 외교 정책에 부합하는지 평가하는 90일간 사업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 정부효율부 수장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3일 USAID 폐쇄를 예고하면서 사실상 ‘원조 백지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