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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대통령의 불행한 말로는 터의 문제 아니다

입력
2025.02.07 06:00
수정
2025.02.07 10:40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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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두규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열린 청와대 개방 행사에서 국민 대표 74명이 꽃가지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한 2022년 5월 10일 열린 청와대 개방 행사에서 국민 대표 74명이 꽃가지를 들고 입장하고 있다. 뉴시스

2022년 5월 10일, 윤석열 대통령 취임과 동시에 74년 만에 청와대 개방 행사가 열렸다. 이날 청와대 정문을 통해 입장한 국민 대표 74명의 손에 들려 있던 꽃가지는 '무속 논란'의 빌미가 됐다. 매화꽃이라는 문화재청 해명에도, 귀신 쫓는 복숭아나무 가지라는 의심이 따랐다. 풍수학자인 김두규 우석대 교양학부 교수는 "복숭아나무 가지가 맞다"고 주장한다. 최근 펴낸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에서 귀신과 악령을 때려잡는 오래된 주술인 '도지구타법'을 거론하면서다.

책은 "한반도에서 행해진 주술(비보술)의 행태와 배경, 결말을 정리한 주술 사상사"를 자처한다. 저자는 먼저 주술과 풍수 사이에 경계부터 긋는다. 땅을 다룬다는 점에서 둘은 혼동될 수 있으나 엄연히 다르다는 얘기다. 비보술은 지형지세를 점쳐 길흉을 정하고 주술 목적을 위한 천도, 궁궐과 정자 신축 등을 통해 병든 땅을 다스리거나 고치는 밀교의 택지법이다. 신라 말 승려 도선으로부터 비롯했는데, 특히 고려 왕조에서 권력자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한 사악한 주술로 변질됐다는 게 저자의 주장. 조선 성종 때 사림파에 의해 격파당한 뒤 민간으로 숨어들어간 주술은 풍수술로 위장한 채 2022년 청와대 흉지설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는 것이다.

책은 주술과 권력의 결탁, 그 시작을 역사적 맥락에서 짚어나간다. 독일 뮌스터대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은 후 2000년 풍수지리학으로 전공을 바꾼 저자는 변증법적 연구 방법을 바탕으로 동양학과 서양학을 오가며 주술의 영향을 입체적으로 분석했다. 결론은 이렇다. "대통령들의 말로가 불행했다면 그것은 막강한 권력을 남용한 개인의 잘못과 불행이었지 터의 문제는 아니었다"는 것. 또한 주술에 빠진 권력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는 것이다. 책의 맺음말이 의미심장하다. "주술로 흥한 자, 주술로 망한다."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김두규 지음·해냄 발행·356쪽·2만5,000원

그들은 왜 주술에 빠졌나?·김두규 지음·해냄 발행·356쪽·2만5,000원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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