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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지구 점령" 트럼프 폭탄 발언에…세계 최대 무슬림국 인니 "강력 반대"

입력
2025.02.06 16:17
수정
2025.02.06 1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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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가자지구 장악 주장에 "강력 반대"
말레이 외무부도 "강제 이주는 인종 청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장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장악 구상을 설명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밝힌 ‘미국의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점령’ 구상에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 인도네시아와 이슬람이 국교인 말레이시아가 거세게 반대하고 나섰다. 국제사회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 방식으로 지지해 온 ‘두 국가 해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은 물론, 지역민의 독립성까지 침해한다는 지적이다.

6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인도네시아 외무부는 전날 밤 발표한 성명에서 “팔레스타인인을 강제 이주시키거나 점령된 팔레스타인 영토의 인구 구성을 변경하려는 모든 시도를 강력히 거부한다”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팔레스타인인의 자결권과 고국으로 돌아갈 수 있는 권리를 존중하라”고도 촉구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 직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미국이 가자지구를 점령(take over)한 뒤 재건하겠다”고 말했다. “가자지구를 개발하면 중동의 리비에라(지중해 휴양지 밀집 지역)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자지구 주민 약 200만 명을 인접 국가로 강제 이주시키는 방안도 언급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폭탄 발언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 국가로 평화롭게 공존하는 ‘두 국가 해법’을 전면 부정하는 의미라 국제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다.

지난달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UPI 연합뉴스

지난달 26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시민들이 팔레스타인 독립을 주장하며 시위를 벌이고 있다. 브뤼셀=UPI 연합뉴스

인도네시아는 팔레스타인을 ‘이슬람 형제국’으로 여기는 터라 더욱 격하게 반발했다. 인도네시아는 국민 2억8,000만 명 중 90%가 이슬람 신자로, 단일 국가로는 최대 규모 무슬림 인구를 보유하고 있다. 그간 중동 분쟁에서 팔레스타인을 공개 지지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을 비난했다. 휴전 이후에는 가자지구 재건 협력에 외교 초점을 맞춰 왔다.

동남아시아의 또 다른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도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말레이시아 외무부는 6일 “팔레스타인인을 고국에서 강제로 이주시키는 (미국의) 제안을 강력히 반대한다”며 “이런 비인도적 행위는 인종 청소에 해당하며 국제법을 위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도 전날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말레이시아는 무슬림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을 해방하려는 입장에서 물러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노이= 허경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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