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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구상'에 발등 불 떨어진 아랍국가, 방미 외교 총력전

입력
2025.02.07 18:27
수정
2025.02.07 18:33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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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르단 국왕·이집트 대통령 워싱턴 방문
가자 주민 이주, 재건 방안 등 논의 예정
트럼프 ICC 제재 명령, 네타냐후와 밀월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4일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를 미국이 점령·소유하겠다"는 폭탄 발언을 내놓은 이후 중동 국가들에 비상이 걸렸다. 가자 주민 강제 이주에 반대하는 아랍 정상들은 연달아 미국을 방문하는 등 '가자 구상'을 저지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 비판도 무시하며 이스라엘과의 밀착 행보를 이어갔다.

트럼프 '가자 구상' 파문 이어져

6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소재 뉴스매체 뉴아랍은 이집트 당국 소식통을 인용해 이달 11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이 미국 워싱턴을 방문하는 데 이어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도 18일 백악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회담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인접국인 이집트와 요르단에 가자 주민 수용을 요구한 상태다.

물밑 외교전도 치열하다. 온라인매체 액시오스에 따르면 요르단,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 아랍 외무장관 5명과 팔레스타인 고위 관리 1명은 이번 주 초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에게 가자 주민 이주에 반대한다는 공동 서한을 보냈다. 이집트는 미 국방부와 국무부, 연방의회 의원뿐 아니라 유럽 동맹국들에게도 '(가자 구상 때문에)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 협정이 위험에 빠질 수 있다'며 강경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확대 형식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카잔=로이터 연합뉴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23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브릭스 정상회담 확대 형식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카잔=로이터 연합뉴스

영국 일간 가디언은 가자 구상이 이집트와 요르단에는 '최악의 악몽'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두 나라 모두 경제와 안보 분야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의 '거래적 외교 스타일'에 취약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않으면 미국의 개입을 막지 못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는 △사우디·UAE·카타르와의 합의에 기반한 실용적 계획 △비무장화된 가자지구 재건 방안 △가자지구 임시 행정부 통치 책임 등을 제시해야 한다고 두 나라에 조언했다.

'가자 구상' 여파 수습하러 중동 향하는 루비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문화궁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AFP 연합뉴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5일 과테말라 과테말라시티 문화궁에서 베르나르도 아레발로 과테말라 대통령과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과테말라시티=AFP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의 가자 구상이 전 세계에 파문을 일으키자 미 국무부도 수습에 나섰다. AFP통신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13~18일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뮌헨안보회의에 참석한 뒤 이스라엘과 UAE,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를 순방할 예정이다. 중동 주요국들의 거센 반발을 잠재우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루비오 장관은 현재 방문 중인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기자들에게 "(가자 구상은)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임시로 이주시키고 미국이 가자지구 재건을 지원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하며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물러서기는커녕 친(親)이스라엘 행보를 더욱더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한 국제형사재판소(ICC)를 제재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며 "ICC가 권한을 남용했다"고 주장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를 상대로 3,000여 명 사상자를 낸 기습공격을 기념하는 '황금 무선호출기(삐삐)'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훌륭한 작전이었다"고 화답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나주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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