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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것 없는 '386 세대' 3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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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6 자부심 무너진 지난 2개월
소득 높아져도 심해진 양극화
상식 구현할 근본적 고심 필요
8일 오후 광주 동구 금남로 일대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386 세대란 단어가 우리 사회에 등장한 지 30여 년이 되었다. 386은 1960년대에 태어난 80년대 학번, 30대 연령층을 일컫는 말이었다. 90년대 중반에 인기였던 386컴퓨터와 매칭되어 곧바로 대중에게 친근한 용어가 되었다. 386세대는 대학 시절 4·13 호헌조치에 대항하여 87년 개헌을 이끌어냈다는 자부심이 있다. 1인당 소득 100달러 미만일 때, 매년 100여 만 명씩 태어났던 이들이 대학을 졸업할 즈음엔 한국 경제가 소득 1만 달러 수준으로 성장했고, 그 수혜자가 되었다. 사회에 진출해서는 컴퓨터를 일상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 첫 디지털 세대이기도 하다. 그동안 486, 586으로까지 불리며 세력 연장(?)을 기도하였던 386세대의 절반은 이제 환갑이 지났다. 이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교육받았고, 보다 합리적 사회를 조성하는 데 이바지했다고 자부하는 세대이기도 하다. 적어도 두 달 전까지는 그랬다.
지난 두 달, 일련의 사태는 과거 30년을 모래성으로 만들기에 충분했다.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았던 12월 초의 계엄, 보고도 믿기 어려웠던 12월 말의 비행기 사고는 우리가 그동안 만들어놓은 시스템과 인프라가 얼마나 허술한 것인지를 일깨워주었다. 5,200만이 이렇게도 위험한 곳에 살고 있음을 확인했고, 이후 한 달은 (지금도 진행 중이지만) 더 황당했다. 문제를 수습하고 회복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 시간이었다. 계엄은 선포했으나 사상자가 없었으니 문제는 아니라는 주장도 충격이었는데, 이제는 계몽령이라는 신조어까지 나왔다.
헌법재판관이 야당 대표와 친분이 있으니 재판에서 배제하라는 의견도 나왔다. 이런 논리라면 재판관 8명 중 7명이 대통령과 같은 학과 동문인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행정, 사법, 입법에서 각 3명씩 추천하게 되어 있는 헌법재판관 임명이 지연되고 논란이 된 것도 납득하기 힘들었다. 헌법재판이라는 것은 원래 고도의 정치적인 행위이기에 세 권부에서 3명씩 동수로 추천하는 것이 아니었던가? 전 세계에 생중계되었는데도 위헌은 아니었으니 탄핵은 불가하다는 생각도 여전히 있다. 심지어 탄핵 반대 여론이 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다. 법원에 무리가 난입하는 초유의 일도 벌어졌다. 우리가 믿고 있던 상식이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다.
계엄과 마주하며 대학에 입학했던 386들은 은퇴 전후로 계엄을 다시 겪었다. 지난 30년간 이룩한 것들이 신기루였는가라고 탄식하기 전에 무엇이 문제인가를 검토하는 게 책임 있는 자세다. 386들이 사회에 나왔던 30년 전보다 분명 소득은 몇 배나 올랐고, 대학진학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 되었다. 산업화, 민주화를 이룩했고 마침내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자긍심도 있다. 그럼에도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졌고, 중산층은 더 얇아졌다. 부의 양극화가 심해졌고, 이제는 생각의 양극화도 걷잡을 수 없다. 개헌을 통해 대통령 중임제, 이원집정제 등으로 권력구조를 바꾸는 것이 문제를 해결의 핵심이라는 의견이 많지만, 이번 일련의 사태의 원인이 권력층 일부의 일탈에만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잃어버린 상식을 어떻게 회복할 수 있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합리적 사고가 빛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고, 상식에서 생각하고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을 기르고 키우는 시도가 우선이어야 한다. 우리 사회의 보다 근본적인 것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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