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미국의 관세 폭탄, LNG로 막을 수 있다

입력
2025.02.13 00:00
27면


피해 임박한 한국의 철강, 자동차
일본, 호주처럼 대미협상 나서야
기업투자 '직접환급'도 대안 가능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미국 신정부 대응 업계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 종로구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정인교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주재로 열린 미국 신정부 대응 업계 간담회에서 한 참석자가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0일 미국으로 수입되는 모든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동안 한국은 연간 263만 톤까지 무관세로 철강 제품을 수출할 수 있었으나, 이번 조치로 인해 3월 12일부터 25%의 관세가 부과된다. 알루미늄 제품에 대한 관세도 기존 10%에서 25%로 인상된다. 이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보호무역 정책이 한국 경제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됐음을 의미한다.

지난해 한국은 미국에 철강 제품을 네 번째로 많이 수출한 국가이자 알루미늄 제품을 세 번째로 많이 수출한 국가였다. 이번 관세 인상으로 인해 한국의 대미 철강 및 알루미늄 수출은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조치가 미국 내에서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기업들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킨다는 점이다.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등은 미국 공장에서 한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이용해 자동차와 가전제품을 생산해 판매하고 있는데, 원자재 비용이 상승하면 제품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다. 이는 결국 판매 감소로 이어질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이들 기업이 미국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을 구매하거나 한국 철강업체들이 생산 공장을 미국으로 이전하는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렇게 되면 국내 제조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지난달 구직자 10명당 일자리가 3개도 되지 않아, IMF 외환위기 이후 26년 만에 최악인 고용 상황이 더욱 악화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자동차와 반도체 등 한국의 주력 수출품에 대한 추가 관세 부과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앞으로의 경제적 타격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본격적으로 시작된 미국의 보호무역 조치가 더욱 강화되기 전에 한국도 적극적으로 대응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호주와 일본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을 통해 관세 부담을 줄였다. 호주는 미국산 항공기 수입을 확대하는 조건으로 철강·알루미늄 관세 면제 검토를 받아냈고, 일본도 대미 투자 확대 및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제안하며 방위비 부담과 관세 인상 압박을 완화했다. 한국 역시 미국산 에너지 수입 확대와 조선업 협력을 선제적으로 제안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 에너지는 수입처를 조정하는 것만으로도 대미 무역수지 흑자를 줄일 수 있는 카드가 된다. 조선업 협력 또한 미국이 먼저 관심을 보인 분야로, 한국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출시장 개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이에 더해 국내 기업들이 미국으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내 투자에 대한 세액공제를 기업에 즉시 환급하는 '직접환급제'를 도입할 수 있다. 특히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첨단 산업에 한정해서라도 이러한 제도를 적용하면, 국내 기업들의 공장 해외 이전을 막고 미·중 갈등으로 인해 중국을 떠나는 외국 첨단기업들의 생산기지를 한국으로 유치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국내 일자리를 지키는 것은 물론, 첨단 산업 공급망에서 한국의 핵심적인 위치를 공고히 해 향후 국제통상 질서 재편에서 협상력을 높이는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다.

미국의 보호무역 강화에 대응해 외교적 협상과 함께 국내 일자리 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정책 마련이 시급하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