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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코앞' 獨 극우에 힘 실어준 美 부통령... 유럽 "간섭 말라" 경고

입력
2025.02.1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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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스, 유럽 내 극우 제재 움직임에 "검열" 비난
獨 극우정당 AfD 대표 만나, 사실상 공개 지지
숄츠 獨 총리 "외부인 개입 말라", 밴스에 경고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발언하고 있다. 뮌헨=AFP 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14일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발언하고 있다. 뮌헨=AFP 연합뉴스

JD 밴스 미국 부통령이 유럽 내 '극우 세력 경계' 움직임을 "탄압이자 검열"이라고 비난했다. 독일 극우 정당 대표를 만나 공개적으로 힘을 실어주기도 했다. 유럽 국가들은 불쾌함을 숨기지 않으며 "외부인은 개입하지 말라"고 밴스 부통령을 질타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전날 독일 뮌헨에서 열린 뮌헨안보회의 기조연설에서 "유럽에 대한 가장 큰 위협은 러시아나 중국이 아니라 언론 자유 보호라는 근본적 (민주주의) 가치로부터의 후퇴"라며 "국민을 이끄는 목소리와 의견, 양심을 두려워한다면 안보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극우단체의 혐오발언 등을 규제하는 유럽 국가들을 유럽 한복판에서 대놓고 저격한 것이다.

밴스 부통령이 독일 극우 정당 '독일을 위한 대안(AfD)'을 공개적으로 편들면서 논란은 더 커졌다. 그는 독일 주류 정당들이 AfD와 협력하지 않기로 합의한 이른바 '방화벽'을 없애야 한다고 주장하더니 뮌헨회의 일정을 마친 뒤 알리스 바이델 AfD 공동대표와 회동까지 했다. 총선(23일)을 불과 일주일 앞둔 독일 입장에서는 미국의 선거 개입으로 받아들여질 여지가 다분하다. 앞서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최고 실세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독일은 역사적 최잭감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AfD에 대한 공개 지지를 표명한 적이 있어 밴스 부통령의 언행은 더욱 예사롭지 않게 해석됐다.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가 지난달 25일 독일 할레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 할레=EPA 연합뉴스

알리스 바이델 독일을위한대안(AfD) 공동대표가 지난달 25일 독일 할레에서 열린 선거 캠페인에서 연설하고 있다. 할레=EPA 연합뉴스

AfD는 현재 독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정당이지만, 동시에 독일 정보기관이 잠재적 극단주의 단체로 분류하고 감시하는 요주의 대상이기도 하다. 당 주요 인사가 나치를 옹호하거나 나치 구호를 사용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최근에는 AfD가 총선 승리로 정권을 잡으면 독일 내 이민자 추방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지도자들은 밴스 부통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밴스 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는 도중에도 "인정할 수 없다"고 소리치며 반발했다. 연설이 끝난 뒤 청중석에서는 박수가 거의 나오지 않았다. 장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를 통해 "누구도 우리의 모델을 채택할 의무는 없지만, 아무도 우리에게 그들의 모델을 강요할 수 없다"며 유럽의 증오표현 제재 방침을 옹호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도 유럽 내 극우세력 확장 시도를 경계했다. 그는 "독일에서는 다시는 파시즘과 인종차별, 침략 전쟁이 없을 것"이라며 "이는 AfD에 대한 지지와 양립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오늘날 독일과 유럽은 민주주의가 극단주의에 의해 파괴될 수 있다는 역사적 깨달음 위에 건국됐고, 때문에 우리는 민주주의를 보호할 수 있는 규칙을 만들었다"며 "우리는 외부인이 우리의 민주주의와 선거, 여론 형성에 개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밴스 부통령을 향해 경고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잭슨 제인스 독일 마셜펀드 선임연구원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의 메시지는 그들이 (우익) 운동을 책임지고 있으며, 이것이 전 세계 특히 유럽에서 지지를 얻길 바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곽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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