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트럼프 정부, '北 완전한 비핵화' 의지 명문화...정상급 대화 없이 협의 지속은 과제

입력
2025.02.17 04:30
수정
2025.02.17 09:09
1면
구독

한미일 외교장관, "대북 제재·압박 강화"
G7 외교장관 성명에도 초강경 北비핵화 원칙 명기
트럼프 정책 변주 가능성 여전히 커
"비핵화 로드맵 구체 소통할 필요"
정부, 美 대중국 견제 움직임 일단 동참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과 미국의 외교수장이 처음으로 만나 동맹 강화와 대북 공조에 뜻을 모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MSC)가 열리는 독일 뮌헨의 바이어리셔호프 호텔에서 40분간 회담을 갖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경제 협력 등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외교부 제공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들어선 후 한국과 미국의 외교수장이 처음으로 만나 동맹 강화와 대북 공조에 뜻을 모았다.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15일(현지시간) 뮌헨안보회의(MSC)가 열리는 독일 뮌헨의 바이어리셔호프 호텔에서 40분간 회담을 갖고 한미동맹과 북핵 문제, 경제 협력 등 현안을 두루 논의했다. 외교부 제공


한국·미국·일본 외교부 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안보회의(MSC)에서 '더 강력한 대북 정책 추진' 의지를 담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3국은 북한발(發) 위협에 단호히 대응하고 대북 제재를 강화하기 위해 더 긴밀히 공조하기로 했다.

미국·일본·영국·캐나다·독일·프랑스·이탈리아 등 7개국(G7) 외교장관도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G7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과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앞서 북한에 유화적인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가 한반도 비핵화와 관련한 기준을 낮추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지만 일단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높은 수위의 대북 원칙을 그대로 승계해 우리 정부는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다만 대통령 탄핵 국면으로 정상 간 소통이 어려운 상황에서 트럼프 행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며 한미 간 의견을 지속적으로 조율할 방법을 찾는 것은 여전히 과제로 남았다.


한미일 공동성명에 '대북제재 강화' 명시

조태열 외교부 장관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은 이날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처음 이뤄진 대면 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공동의 목표임을 확인했다. 회동 이후 3국 장관은 △한미일 안보 협력 강화 △북한 위협 대응 △경제 안보 및 회복력 강화 △공동 가치 및 지역 관여 강화 등에 대한 의지를 담은 성명을 발표했다.

특히 이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대북제재의 유지·북러 불법 군사협력 규탄을 명시함으로써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의지에 따라 북한의 핵보유를 허용하고 제재를 완화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불식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한미일 공동성명은 문서의 형태로 '북한의 비핵화 원칙'을 확인하고, 이를 부인할 수 없는 근거로 명시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아울러 비핵화 추진을 위한 다양한 방안에 대해 한미 당국 간 긴밀한 소통을 갖기로 확인했으며 미측도 확고하게 말했다"고 강조했다.

G7 외교장관들도 이날 성명에서 "북한에 유엔 안보리 결의에 따라 모든 핵무기, 현존하는 핵 프로그램, 기타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방식으로 포기할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는 줄곧 북한이 강한 거부감을 보여 온 표현이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미국이 북한과 협상에 나서도 당장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를 의제에서 배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드니 사일러 전 미 국가정보위원회(NIC) 북한 담당관은 이날 미 관영 미국의소리(VOA) 대담에서 "CVID 표현을 고수한다고 대화의 문이 닫히지는 않을 것"이라며 "오히려 한반도의 최우선 과제가 명확히 정의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윌슨센터 중동 석좌인 제임스 제프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부보좌관도 같은 대담에서 "오랜 입장이 비현실적이라 판단될 경우 기꺼이 뒤집는 태도를 보여 온 트럼프 대통령이 솔직히 그렇게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는 북한 비핵화를 강하게 재확인한 것은 곧장 큰 변화를 일으키지 않겠다는 그의 속내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비핵화 로드맵·관세분야 수시 소통 중요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부터),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바이어리셔호프 호텔 인근의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조태열 외교부 장관(왼쪽부터), 마크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이와야 다케시 일본 외무장관이 15일(현지시간) 독일 뮌헨의 바이어리셔호프 호텔 인근의 코메르츠방크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문제는 국제사회가 합의한 '원칙'을 트럼프 대통령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이행하는지다. 전재성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는 "미국 정부의 공식 입장은 한반도의 비핵화가 맞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회담 재개를 위해 '비핵화'를 직접 언급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비핵화를 궁극적 목표로 설정했다고 하더라도 그 중간 단계에서 어떤 옵션들을 고려하고 있는지 구체적 로드맵을 짜고 이행하는 과정에서 한국의 의견이 충분히 반영될 수 있도록 면밀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상 협력 및 관세 문제도 여전히 미지수로 남아 있다. 당장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에 영향이 큰 철강과 자동차, 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부는 이날 한미 장관 회담에서 관세부과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우려 사항을 전달하고, 최소한 협의를 시작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후속조치를 통해 국민들이 우려를 갖지 않도록 노력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에 루비오 장관은 관세 주무부처가 상무부·미국 무역대표부(USTR)라며 구체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양희 대구대 경제학과 교수는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대대적 감세와 고관세 저글링을 계속하려고 할 것"이라며 "이것이 지속가능하지 않다는 설득 논리를 만들고 그 구조를 이해하고 있는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이나 일론 머스크 정부효율부 태스크포스(TF) 수장 등과의 소통채널을 구축해 설파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장 탄핵 국면으로 한미 정상급 협의가 불가능한 상황에서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대중견제 기조'에 응하는 형태로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이번 한미일 외교장관 공동성명엔 "대만의 적절한 국제기구에 의미 있게 참여하는 데 대한 지지를 표명했다"며 과거보다 강력한 수위의 중국 견제 메시지가 담겼다. 3국 공동성명에서 대만의 국제기구 참여 지지를 명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성명에는 남중국해를 포함한 인도태평양 수역에서 힘 또는 강압에 의한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반대하고, 대만해협에서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다만,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대만의 국제기구 가입 문제와 관련한 미국과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받아들인 것이 아니라, '적절한' 단어를 사용함으로써 한미일 3국 차원에서 할 수 있는 합의를 한 것"이라며 "중국도 충분히 인식할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만 문제와 관련해 '하나의 중국을 존중한다'는 기존 정부 입장에 변화가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문재연 기자
뮌헨= 신은별 특파원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