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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 조향사 양성으로 향기로운 변화를 이끄는 김수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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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만 소상공인 시대, 소상공인의 삶과 창업에 대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시각장애인은 대개 촉각, 후각 등 시각 외 감각기관이 비장애인보다 예민하게 강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시각장애인의 직업으로 안마사 이외의 직업을 떠올리기 어려울 만큼, 이들의 직업다양성은 매우 낮은 게 현실이다. 시각장애인의 자립을 돕고 그들을 응원하는 소상공인이 있다. 시각장애인 조향사를 양성하고 향기 브랜드를 운영하는 인비저블컴퍼니의 김수민 대표를 만났다.
김수민 대표. 인비저블컴퍼니 제공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주식회사 인비저블 컴퍼니 대표 김수민입니다.”
어떤 사업을 운영 중인가요?
“우리는 시각장애인 분들의 제한적인 직업 선택 기회를 해결하는 소셜벤처입니다. 보이브(VOIB)라는 브랜드를 운영하고 있어요. 보이브는 ‘Value Of Invisible Beauty’의 약자로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의 가치’를 전하는 향기 브랜드입니다. 시각장애인 분들을 조향사로 양성하고 시각장애인 분들이 조향한 다양한 향 제품들을 판매하고 있어요.”
인비저블컴퍼니가 운영하는 브랜드 보이브(VOIB). 인비저블컴퍼니 제공
시각장애인 조향사 양성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현재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과 업무협약을 맺고 시각장애인 조향사 양성 과정을 운영하고 있어요. 프로그램은 단계별로 진행됩니다. 먼저 기본 교육에 소요되는 비용을 저희가 복지관에 기부해, 기수별로 시각장애인 조향사를 양성하고 있어요. 시험에 합격해 수료하신 분들은 프리랜서로 조향 및 조향 클래스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심화 교육을 수강한 후에는 조향사로서 제품에 이름을 기재해 제품을 출시하게 됩니다.”
현재 몇 분의 조향사가 함께하고 있나요? 어떤 분이 계신지 궁금합니다.
“지금은 세 분의 조향사와 일하고 있습니다. 이에 더해 추가로 최근 3기 교육에 참여한 네 분이 함께 할 예정이에요. 교육생 중 한 분은 원래 디자이너를 꿈꿨지만 시력을 잃은 후 꿈을 포기하셨다고 말씀하셨어요. 하지만 조향을 배우면서 조향도 디자인과 비슷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마치 옷을 디자인하는 것처럼 누군가의 분위기를 디자인하는 작업이 매력적이고 재미있다면서 다시 꿈을 찾았다고 말씀해 주셨을 때 뿌듯했습니다.”
주위에서는 어떤 반응이었나요?
“사실 회의적인 반응도 있었어요. 몇 명이나 고용을 할 수 있겠냐, 생산성이 떨어지지 않겠냐는 의문들이 이어졌죠. ‘내가 가치없는 일을 벌인 걸까’라고 제 스스로를 의심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교육생들이 조향을 하며 행복해하시는 모습을 보며, 내 일이 누군가의 삶과 자존감을 높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더 열심히 해나가고 있습니다.”
소셜 굿즈 제작과 관련해서 작업한 사례에 대해 설명해 주세요.
“2Z라는 글로벌 아이돌 밴드와 콜라보 굿즈를 제작했어요. 2Z는 코로나 시기에 데뷔해서 많은 시련을 겪었던 밴드입니다. 지금은 ‘이를 이겨나가면서 희망을 노래하는 아이들’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어요. 불안한 청춘들에게 음악으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는 그룹이라 저희와 함께 콜라보를 하면 충분히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습니다.정예림 조향사님과 함께 2Z 멤버들의 시그니처 향을 조향했고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처음으로 선보였어요. 많은 팬 분들이 참여해 주신 덕분에 수익금의 일부는 서울시각장애인복지관에 기부하여 시각장애인 직업 재활에 사용되었어요. 이 수익으로 4명의 시각장애인을 조향사로 양성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도 다양한 아티스트와 소셜 굿즈를 제작해서 세상에서 가장 향기로운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자 준비 중입니다. 이 외에도 한국도자재단과 협업해서 기념품을 제작했고 공식 기념품으로 제작을 추진하고 있어요. 최근에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 공급기업으로 선정돼 고향사랑e음에서도 보이브 제품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수익금을 기부한 인비저블컴퍼니. 인비저블컴퍼니 제공
지금의 사업을 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어린 시절에 시력을 잃을 뻔한 경험이 있어요. 체육 시간에 친구가 던진 원판에 맞아 눈 부위에 상처가 났는데, 조금만 비껴갔으면 크게 다칠 뻔 했죠. 그때부터 자연스럽게 시각장애인 분들에게 눈길이 갔고 도서 입력 봉사와 녹음 봉사도 했어요. 봉사하면서 시각장애인 분들께서 겪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에 대해서도 알게 됐죠. 특히 일자리에서 달리 선택지가 없어 대부분 안마사를 하십니다. 하지만 최근 스파숍이 많아지며 폐업하는 안마원이 많아 일자리를 구하기 어렵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저는 ‘시각장애인이 조향도 잘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클래스를 열어 재능기부를 할 수 있는지 한 복지관에 문의했어요. 그렇게 시각장애인 두 분과 조향 교육을 진행했고, 그들이 조향한 향으로 크라우드펀딩을 오픈했습니다. 약 1,500만 원이 모금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고, 이를 계기로 창업까지 이어졌습니다.”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정말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사회적 가치를 가려놓고 보더라도 갖고 싶은 브랜드요. 그래서 돕고자 하는 선한 마음을 넘어, 우리가 선보이는 향을 일상에서 즐기고 좋아했으면 합니다. 우리 향기 브랜드 보이브(VOIB)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시각장애인 고용도 훨씬 활발해질 수 있거든요. 이들이 조향사로 활동하며 인정받을 수 있도록 좋은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돌 밴드 '2Z'와 제작한 콜라보 굿즈. 인비저블컴퍼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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