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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유럽, 유엔서 '러 침략 규탄' 두고 충돌… 분열하는 서방 동맹

입력
2025.02.25 20:30
수정
2025.02.25 21:28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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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 침공' 뺀 美 결의안 유엔 안보리 가결
유엔총회에선 '러 규탄' 결의… 미국 반대
EU, 우크라에 광물협정·군사지원 제안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도로시 카밀 셰아 미 대사의 연설을 듣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24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유엔 안보리 회원국들이 도로시 카밀 셰아 미 대사의 연설을 듣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3년을 맞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는 문구는 뺀 채 '즉각적인 평화'만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하면서 서방 세계의 균열이 극에 달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유럽 동맹국 반대에도 이번 결의안을 밀어붙이며 사실상 러시아에 면죄부를 줬다. 러시아와 바짝 밀착하는 미국에 맞서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폭적 지원을 약속했다.

'러 책임' 뺀 안보리 결의안에 영국·프랑스 기권

로이터통신·AP통신·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유엔 안보리는 미국이 제안한 결의안을 찬성 10표, 반대 0표, 기권 5표로 가결 처리했다. 미국은 '신속한 전쟁 종결'과 '지속적인 평화 촉구' 문구만 결의안에 담고, 침략국 러시아에 대한 책임 추궁은 끝까지 거부해 유럽 동맹국들과 충돌했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면적 침공'을 반영하려 했으나, 안보리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됐다. 몇 차례 수정안 부결 후 이뤄진 표결에서 상임이사국 영국과 프랑스는 결국 기권했다. 비상임이사국인 한국은 찬성했다.

미국은 같은 날 오전 열린 유엔총회에서도 노골적으로 러시아 편을 들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전면적인 침략"으로 규정한 우크라이나 제안 결의안에 러시아, 헝가리, 이스라엘 등과 함께 반대표를 던진 것이다. 결의안은 찬성 94표, 반대 18표, 기권 65표로 가결 처리됐으며 한국은 찬성했다.

미국은 신속한 종전만 강조하고 우크라이나의 영토 보전 내용은 뺀 결의안을 별도로 유엔총회에 제출했으나 원안이 거부됐다. 대신 '러시아의 침공'을 언급한 수정안이 나오자 미국은 기권했다. 결의안은 찬성 93표, 반대 8표, 기권 73표로 채택됐다.

미국과 유럽이 서로에게 '반대표'를 던지며 대립하는 이례적인 장면에 서방 동맹의 '단절'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왔다. 영국 가디언은 "미국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대한 러시아의 책임을 묻는 것을 거부함으로써 유럽 동맹국과 결별했다"고 평했고, 셸비 마기드 대서양협의회 유라시아센터 부소장은 "유럽이 침략자로 지목하는 국가들과 미국이 같은 편에 서는 것을 보는 것은 충격적"이라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리처드 고완 유엔 사무국장은 NYT에 "이라크 전쟁 이후 서방 강대국 간의 가장 큰 분열"이라고 지적했다.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24일 독일 베를린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3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모인 우크라이나 지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베를린=로이터 연합뉴스


대러 제재·우크라 지원 강화하는 유럽

미국의 '변절'과 다름없는 행보에 맞서 유럽연합(EU) 국가들은 우크라이나 지원 사격에 나섰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EU는 전날 우크라이나에 천연자원 개발과 관련한 협정을 제안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번영·산업전략 담당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우크라이나는 유럽이 필요로 하는 중요 자원 30개 중 21개를 공급할 수 있다"며 유럽과 우크라이나의 파트너십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EU는 우크라이나에 광물 판매 수익 5,000억 달러(약 714조 원)를 요구한 미국과 달리 상호 이익이 되지 않는 계약은 요구하지 않을 방침이다. 이에 더해 EU 외무장관들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어 올해 우크라이나에 최대 400억 유로(약 60조 원) 규모 군사 지원을 하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 전쟁 3년을 맞이해 EU의 16번째 대(對)러시아 제재 패키지도 발표됐다.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이번 새로운 제재는 러시아의 그림자 함대(제재 회피용 밀수 함선)뿐만 아니라 위험한 유조선, 드론 조종에 쓰이는 비디오게임 컨트롤러, 제재 회피에 사용되는 은행, 거짓말을 퍼뜨리는 선전 매체까지 겨냥한다"고 설명했다. 러시아산(産) 알루미늄 가공 상품에 더해 유럽 국가로의 1차 알루미늄 수출을 금지하며 압박을 가한 것이다.

나주예 기자
김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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