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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스마트폰 회사들도 AI 뽐냈지만 기능은 '붕어빵' 같았다

입력
2025.03.04 08:00
수정
2025.03.04 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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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 바르셀로나 연례 이동통신 전시회 'MWC 2025'
AI 전면에 등장... 빅 테크 주도 속 통신사·제조사 추격

마츠 그란리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5' 개막 연설을 하는 동안 뒤에 'AI'란 단어가 떠 있다. GSMA

마츠 그란리트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 사무총장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5' 개막 연설을 하는 동안 뒤에 'AI'란 단어가 떠 있다. GSMA


AI(인공지능)는 우리 뇌의 확장이다. 2030년에는 우리가 스마트폰 같은 기기 없이 뇌로 통신하게 될 것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

일반인공지능(AGI) 시대를 예언했던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이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에서 기조강연장에 등장하자 관객들이 숨을 죽였다. 직접 현장에 나타나는 대신 영상으로 참가한 커즈와일은 "AI의 '환각 현상(hallucination)1'은 점점 줄어들고 악용하려는 시도에도 더 잘 대응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특이점' 이후 시대에 대한 낙관론을 쏟아내는 한편 '뇌와 클라우드가 직접 연결될 수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의 미래상도 그렸다.

그동안 MWC가 이동통신을 중심으로 통신업계 전시회로 꾸며져 전자기기 중심인 미국의 'CES'와 역할을 나눠왔다면 올해는 AI가 두 전시를 모두 지배했다. 거대 기술기업(빅 테크) 가운데 AI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는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등이 모습을 드러내 기업간거래(B2B)와 개인용 서비스에 걸쳐 AI의 응용 사례를 두루 내보였다. '온디바이스(기기 자체로 작동하는) AI'를 지원하는 반도체를 갖춘 퀄컴이 중심 전시장인 3관에 거대한 전시장을 열고 퀄컴의 반도체가 들어있는 스마트폰과 개인용 컴퓨터(PC), 웨어러블(착용 가능) 제품을 잔뜩 뽐냈다.


'MWC 2025' 퀄컴 전시장에 '에이전틱 AI'를 안내하는 전시물이 나와 있다. 바르셀로나=인현우 기자

'MWC 2025' 퀄컴 전시장에 '에이전틱 AI'를 안내하는 전시물이 나와 있다. 바르셀로나=인현우 기자


데이터센터·에이전트 두 날개로 역할 강조한 통신사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SK텔레콤 부스에서 AI 데이터센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뉴스1

3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 피라 그란비아 전시장에서 열린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5를 찾은 관람객들이 SK텔레콤 부스에서 AI 데이터센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바르셀로나=뉴스1


통신사들도 나름의 해답을 들고 나왔다. 이들 입장에서 할 수 있는 접근은 두 가지다. AI 이용자 입장에서 네트워크 운영·보안 등 자체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향과 AI를 위한 데이터센터(IDC)·서비스를 직접 공급해 'AI 생태계'에서 역할을 찾는 방향이다.

네트워크 성능 개선의 경우 대표적으로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와 손잡고 'AI-RAN(무선접속네트워크)'을 밀어붙이고 있다. 이들이 이끌고 있는 'AI-RAN 동맹'에는 한국 삼성전자와 SK텔레콤, KT도 힘을 보태고 있다.

두 번째 방향은 △AI 데이터센터(AIDC) 운영과 △AI 에이전트(비서)로 나눠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SK 계열 SK하이닉스와 SKC, SK엔무브를 끌어들여 데이터센터 운영 기술을 집중적으로 소개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에이전트 쪽을 띄웠다. KT의 경우 업무를 돕는 네 가지 종류의 에이전트를 소개했다. ③LG유플러스는 2024년 말 출시한 '익시오'가 통화를 넘어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밝히면서 이날 구글 및 구글 클라우드와 손잡고 AI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방위 협력을 펼쳐나가겠다고 발표했다.


홍범식(가운데) LG유플러스 사장이 구글·구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은 후 구글 클라우드 부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맷 레너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영업 총괄, 홍 사장, 캐런 티오 구글 APAC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총괄. LG유플러스 제공

홍범식(가운데) LG유플러스 사장이 구글·구글 클라우드와 인공지능(AI)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력 관계를 맺은 후 구글 클라우드 부스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맷 레너 구글 클라우드 글로벌 영업 총괄, 홍 사장, 캐런 티오 구글 APAC 플랫폼·디바이스 파트너십 총괄. LG유플러스 제공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업체, '제미나이' 업고 'AI' 브랜드화

MWC 2025 전시장 외부 공간에 위치한 구글 안드로이드 부스가 '제미나이'를 홍보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인현우 기자

MWC 2025 전시장 외부 공간에 위치한 구글 안드로이드 부스가 '제미나이'를 홍보하고 있다. 바르셀로나=인현우 기자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AI 비서가 필수였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AI'를 선보인 것처럼 중국 브랜드 샤오미는 '하이퍼 AI', 레노버의 산하 브랜드 모토로라는 '모토 AI', 아너는 '아너 AI' 브랜드를 내걸고 'AI 전쟁'에 뛰어들었다. 특히 아너의 경우 구글 클라우드와 퀄컴, 유럽 통신사 등을 파트너로 삼고 AI 생태계에 5년 동안 100억 달러(약 14조6,200억 원)를 투자하는 '아너 알파 플랜'을 발표했다.

다만 실제 내용을 보면 AI 이미지 편집처럼 기능은 거의 엇비슷했다. 안드로이드 진영의 맹주인 구글이 AI 비서 '제미나이'를 공급하면서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성능이 허용하는 한 'AI 에이전트' 기능을 제품에 녹였다. 애플이 없는 MWC 특성상 구글 관계자들이 대부분의 모바일 기업들이 마련한 출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며 '모바일 AI' 시대의 주도자임을 자랑했다.

구글은 MWC 첫날인 3일 AI 비서 '제미나이 라이브'가 기존의 사진과 음향 외에도 움직이는 화면과 영상을 인식하며 AI와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능을 발표했다. 새 기능은 이르면 이달 안으로 '구글 원 AI 프리미엄' 구독자에게 제공할 예정이며 지난해 말 예고한 새로운 멀티모달 AI 비서 '프로젝트 아스트라'의 일부 기능을 상용화한 것이다.



1 환각 현상(hallucination)
잘못된 사실이나 통계를 사실처럼 말하는 현상
바르셀로나=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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