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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식생 복원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

입력
2025.03.06 04:30
25면
2월 2일 오전 광주 북구 무등산국립공원 평두메 습지에서 오리떼가 연못으로 내려앉고 있다. 뉴시스

2월 2일 오전 광주 북구 무등산국립공원 평두메 습지에서 오리떼가 연못으로 내려앉고 있다. 뉴시스

습지는 보통 6m 이내의 다양한 깊이로 물이 고여 있는 수역과 수변구역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생태학적 체계로 보면 특성이 다른 두 생태계가 조합된 경관(landscape)에 해당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와 같이 쌀을 주식으로 삼은 논농사 중심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수변구역이 논 경작지로 전환되고 논 주변에서는 수변 식생이 그늘을 만들어 벼의 생육에 지장을 초래한다는 이유로 대부분 수변식생을 제거해 왔다. 따라서 습지를 수역과 수변구역이 조합된 체계로 이해하지 않고 수역 만을 습지로 생각하는 경향이다. 그러나 우리 몸에서도 생명 활동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내장기관이 있고 그것을 보호하는 골격, 근육, 피부, 털 등이 있으며 보호가 더 필요할 때는 다양한 종류의 옷을 입듯이 수변구역을 습지의 핵심구역인 수역을 에워싸 보호하고 있는 실체로서 습지라는 한 몸으로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습지의 한 유형인 하천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홍수의 빈도와 강도가 높은 수로 변에는 나지가 나타나고, 그 곳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짐에 따라 일년생 초본 식물이 우점하는 구역, 다년생 초본 식물이 우점하는 구역, 관목이 우점하는 구역 그리고 교목이 우점하는 구역이 나타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처럼 하천을 자연의 과정에 맡기면 홍수가 오는 빈도와 강도에 따라 수명이 다른 식물이 그 위치에 맞게 자라며 제 역할을 하게 된다.

호소도 마찬가지다. 호소는 수역, 늪, 소택지, 습원 수준의 다양한 경관 요소와 수변구역의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따라서 자연호소에 성립된 식생을 기준으로 호소의 경관요소를 구분해 보면, 부유식물대, 부엽식물대, 침수식물대, 정수식물대, 습생식물대 및 수변식물대로 구분할 수 있다.

그러나 자연 상태의 습지가 드문 국내의 현실에서 대부분의 습지는 이러한 체계를 갖추고 있지 않다. 따라서 생물다양성이 낮고 결과적으로 그들이 발휘하는 생태계서비스 기능 또한 낮다. 특히 대부분의 호소는 심각한 수질 문제를 안고 있다. 과거에는 폐수나 산업 폐수 같은 독성 물질과 점오염원을 통제하는 것이 하천과 호소를 보호하고 개선하기 위한 주요 관심사항이었다. 그러나 세제 속에 인(원소기호 P) 함유를 제한하는 법이 제정되고 시행되면서 수계생태계의 점오염원이 크게 감소하는 추세이다. 따라서 오늘날 하천과 호소의 주요 오염원은 농경 유출수, 도시나 산림 벌채 지역으로부터의 침식, 지표면 채굴, 대기 오염과 같은 비점오염원이 되고 있다.

토지와 물의 상호작용에 대한 많은 연구는 유역에서의 토지이용과 수변식생의 실태가 하천과 호소의 수질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이러한 관계로 습지 가장자리에 위치한 수변식생대는 토지와 물의 상호작용에서 중요한 중재역할을 한다. 하천을 따라 또는 호소에 인접하여 성립한 수변 식생대는 육지의 농경지역과 도시지역에서 수계생태계로 유입되는 영양염류와 퇴적물을 제거하고 그 이동에 영향을 미치므로, 수변식생대의 도입은 완충 지역 조성과 수질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가장 효율적인 관리방안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변식생과 그것에 수반된 미생물 군집은 유역 내의 농경지로부터 배출되는 표면수와 지하수로부터 많은 양의 물, 퇴적물 그리고 영양염류를 흡수할 수 있어 종종 수계생태계내로 영양염류가 배출되는 양을 크게 감소시킨다. 식생이 만들어 낸 표면 거칠기는 영양염류 입자들을 포집한다. 나아가 하천과 호소를 따라 형성된 수변식생은 많은 동·식물의 중요한 서식처를 제공하고, 부유물질을 붙잡으며 홍수의 영향을 줄이는데 효과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농경지역의 수변식생은 침전물, 무기 영양염류, 인, 질산염 및 아질산염 제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영양염류 제거 과정은 그것이 문화적 부영양화를 크게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생태학적으로 중요하다. 여러 연구결과는 식생유형의 존재와 위치는 경관을 가로지르는 물질의 이동에 크게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경관 내에서 표면수의 질을 조절할 수 있음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습지, 범람원 및 수변 식생대는 농경지 및 도시개발의 영향을 받아 변하여 수변식생의 영양염류 흡수능이 크게 감소되었다.

이러한 연구결과로부터 볼 수 있듯이 우리의 관심이 높은 수질 관리를 위해서는 집수역에서 토지이용을 제한하고 사라지거나 질이 저하된 수변 완충식생대를 자연상태의 하천이나 호소를 모델 삼아 복원할 필요가 있다.

수변식생이 발휘하는 또 다른 효과도 있다. 필자가 환경부 및 환경부 산하기관 지원을 받아 수행한 연구에 따르면 수변식생을 대표하는 버드나무는 산림식생의 세배 이상에 달하는 탄소흡수능력을 보여주었다. 당면 과제인 수질을 개선하고 미래 과제인 탄소중립을 위해서도 수변식생의 복원은 필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이창석 국립생태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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