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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에 유니콘의 뿔을 다는 사람들

입력
2025.03.11 04:30
2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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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1 러다이트의 네드 러드

202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보행권단체 회원이 자율주행차의 주행 센서 앞에 안전고깔을 얹는 모습. AFP 연합뉴스

202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보행권단체 회원이 자율주행차의 주행 센서 앞에 안전고깔을 얹는 모습. AFP 연합뉴스

17, 18세기 산업혁명과 방직기 보급으로 저숙련노동자들의 생계 위협이 시작됐다. 기계가 점점 개량되고 가격이 하락하면서 위기는 노동계급 전체의 생존권 문제로 심화해갔다. 고의로 기계를 고장 내는 등 소극적인 저항은 17세기부터 산발적으로 이어졌고 곡물가 상승 등에 항의하는 서민 폭동도 빈발했다.

노동자들의 공격이 조직화된 것은 19세기 초, 엄밀히 말하면 1811년 3월 11일 영국 노팅엄셔 아널드에서 시작된 사보타주부터다. 노동자들은 직장 단위로 모여 군인들처럼 기동 훈련을 받기도 했다. 사태는 이듬해 초까지 1년여간 요크셔와 랭커셔 등 방직산업 거점지역으로 번져갔고, 탈곡기 등을 대상으로 농촌지역으로도 확산됐다. 영국 정부는 ‘편직기법(Stocking Frame Act)’ 등을 근거로 주동자에겐 최대 사형을 선고했다. 나폴레옹 전쟁으로 인한 인플레가 심화하던 무렵이었고, 파업과 교섭권 등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던 때였다.

노동자들은 기계 파괴로 시대를 거스르려 한 게 아니었다. 기계 시대의 생존권 위기에 나 몰라라 하는 정부 및 고용주들에게 교섭을 요구하는 ‘폭력적 통지’였다. 노동자들은 파괴한 기계 위에 실제로 편지를 놓아두곤 했다. 저 일련의 사보타주가 ‘러다이트 운동’이라 불리게 된 것도 발신자 이름 ‘네드 러드(Ned Rudd)’ 때문이었다.
알려진 바 러드는 쟁의와 무관한 가명이었다. 여러 설 중 하나는, 1779년 레스터 인근의 직조공 도제였던 러드란 이가 직장에서 꾸지람 혹은 구타를 당한 뒤 분풀이 삼아 기계를 부쉈다는 것이다. 당시 노동자들은 뭔가가 고장 나거나 파손되면 “네드가 그랬다”고 농담하곤 했다고 한다.

셀프 드라이빙 칩을 장착한 웨이모 등의 자율주행 택시를 상대로 미국 일부 지역 시민들이 ‘러다이트’를 시작했다. 그들의 주된 수법은 차량 센서 정면 보닛에 ‘안전 고깔(rubber cone)’을 얹어두는 것이라고 한다.

최윤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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