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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 대통령이 부끄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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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상 등 5개 부문상을 수상한 미국 컨트리 밴드 칙스(Chicks). 사진 가운데가 리더 싱어 내털리 메인즈다. AFP 연합뉴스
미국 텍사스 출신 3인조 컨트리 밴드 ‘딕시 칙스(Dixie Chicks, 현 Chicks)’의 리더 싱어 내털리 메인즈(Natalie Maines)가 2003년 3월 10일 영국 ‘가디언’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이 전쟁, 이 폭력을 원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통령이 텍사스 출신인 게 수치스럽습니다.” 이라크전쟁 개전 9일 전이었다. 1989년 결성된 딕시 칙스는 여성 컨트리 밴드로서 역대 최다 음반 판매량을 기록한 인기 그룹으로, 당시 월드 투어 중이었다.
12일 자 신문에 그 인터뷰가 실렸다. 컨트리 뮤직 주요 시장이자 그들의 음악적 고향인 미국 남부 시민 다수가 분노했다. 딕시 칙스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고, 시민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미국 주요 방송사들은 그들의 노래를 송출 목록에서 잇달아 배제했다. 대통령 조지 W. 부시도 백래시에 기름을 부었다. “딕시 칙스는 자신의 생각을 자유롭게 말할 수 있지만 사람들이 그들의 음반을 사지 않으려 한다고 해서 속상해하면 안 될 것이다.”
“우리는 무고한 이라크 시민들이 희생당할 게 두려울 따름”이라며 해명했던 메인즈는 며칠 뒤 대통령에 대한 무례를 사과하며 “어머니로서 아이들과 미군 병사들이 목숨을 잃기 전에 가능한 모든 대안을 모색하길 바란다”고 거듭 밝혔지만, 사태는 진정되지 않았다. 불과 두 달 전 슈퍼볼 무대에서 미국 국가를 불렀던 딕시 칙스는 하루아침에 테러 동조자로 비난당했고, 음반과 콘서트 티켓 판매량은 물론이고, 기업 후원도 잇달아 끊겼다. 한 매체는 "비틀스가 예수보다 유명하다"고 말해 곤욕을 치른 1966년 존 레넌의 설화(舌禍)와 비교하기도 했다. 칙스는 얼마 뒤 대통령에 대한 사과를 철회했다.
부시의 전쟁 명분이던 이라크의 ‘대량살상무기’ 주장이 거짓으로 판명 난 2007년 칙스는 그래미상 ‘올해의 음반상’ 등 다섯 개 부문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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