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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침공 3년 만에 휴전 '코앞'... 이제 '푸틴 손'에 달렸다

입력
2025.03.12 19:00
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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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다 회담'서 미국·우크라 "30일 휴전" 합의
'러시아 설득'은 미국 몫... "탱고는 같이 춰야"
일단 선 그은 러시아 "결정은 우리가 한다"

마코 루비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회담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제다=AP 뉴시스

마코 루비오(왼쪽) 미국 국무부 장관과 마이크 왈츠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회담 후 기자들과 이야기하고 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는 '우크라이나 전쟁 30일 휴전안'에 전격 합의했다. 제다=AP 뉴시스

미국과 우크라이나가 '30일간 임시 휴전'에 합의하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후 3년여 만에 처음으로 전쟁이 멈출 가능성이 커졌다. 관건은 러시아다. 전선에서 수세에 몰린 우크라이나를 더 몰아세우려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30일 휴전안'을 수용할지 불분명하다. 이미 미국·우크라이나가 짠 판에 끌려가는 듯한 형세에 거부감을 표했다. 즉각 휴전을 바라온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일단 러시아가 이를 받아들이도록 설득과 압박을 병행하는 모습이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회담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제다=AP 뉴시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미국과 우크라이나 고위 당국자들이 회담을 마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마이크 왈츠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 안드리 예르마크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 안드리 시비하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 루스템 우메로우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 제다=AP 뉴시스


"30일 휴전·군사 지원 재개"... 미·우크라, 합의

미국·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와 로이터통신 보도 등을 종합하면,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부 장관이 이끄는 미국 대표단과 안드리 예르막 우크라이나 대통령 비서실장이 이끄는 우크라이나 대표단은 11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회담을 갖고 공동성명을 통해 "우크라이나는 미국이 제안한 즉각적인 30일간의 임시 휴전을 수락할 준비가 됐으며 이는 당사자 간 합의에 따라 연장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동성명에는 "미국은 정보 공유 중단을 즉시 해제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 지원을 재개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전황에서 밀리는 우크라이나로선 '기대 이상의 합의'라는 평가가 많다. 당초 우크라이나는 무인기(드론)·미사일 등을 활용하는 공중전과 흑해에서의 해상전에 국한한 '부분 휴전'을 제안했으나, 미국이 이를 지상전을 포함한 전선 전체를 포괄하는 휴전으로 바꿔 제안한 것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지난달 28일 '백악관 충돌' 이후 미국이 무기 및 정보 지원을 끊으면서 러시아에 대한 군사적 대응이 어려워진 상황도 해소됐다.

양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 안전 보장을 위한 추가 협상에 즉각 나서는 한편, 우크라이나 광물 자원 개발을 위한 포괄적 협정을 가능한 한 빨리 체결하는 데도 합의했다. 포로 교환 등 화해 무드 조성을 위한 안건들도 회담에서 다뤄졌다. 공동성명은 9시간에 걸친 '마라톤회담' 끝에 도출됐는데, 이는 조율할 사안이 많았거나 까다로웠기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지난달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먼저 열린 미국·러시아 회담은 4시간가량 지속됐다.

이번 회담에는 파국으로 흐를 뻔한 양국 갈등을 봉합했다는 의미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백악관으로 재초청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이 평화협상을 주도하고 있는 데 대해 감사를 표했다.

'불편한 기색' 러시아, 미국 설득 통할까

어렵사리 마련된 미국·우크라이나 합의안이 실행에 옮겨지려면 '침략국' 러시아가 동의해야 한다. 러시아 설득은 미국 몫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탱고를 추려면 두 사람이 필요하다"며 합의안 수용을 압박했다. 푸틴 대통령과 이번 주 중 소통할 계획도 밝혔다.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에 관여 중인 스티브 위트코프 백악관 중동 특사도 이번 주 러시아를 찾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적 지원을 즉각 재개한 것 자체가 러시아가 합의안을 받아들이도록 하기 위한 압박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러시아는 일단 30일 휴전안에 선을 그었다.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12일 "러시아 연방의 입장은 러시아 연방 내에서 나오는 것이지 해외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타스통신은 전했다. 휴전 여부를 결정하는 건 러시아라고 강조한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추진하는 단기 휴전은 전황 역전 등을 위한 시간 벌기'라는 게 러시아의 기본적인 생각이다.

휴전 논의가 급물살을 타는 가운데 전장 분위기는 더 살벌해졌다. 휴전 및 종전에 들어서기 전 전장에서 최대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는 한편, 협상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양국 모두 공세 수위를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지난해 8월부터 일부 점령 중인 러시아 서부 쿠르스크주(州)에서 12개 마을을 탈환했다고 11일 발표했다. 규모로는 100㎢ 이상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 모스크바 등지로 사상 최대 규모의 드론 공격을 가했다고 러시아 국방부는 전했다. 이날 우크라이나 드론 공격으로 최소 3명이 사망했으며, 모스크바 내 공항 4개가 일시 폐쇄됐다고 한다.


베를린= 신은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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